차별·천대받는 우한 사람들…항공기 탑승·호텔 투숙 거부 ‘수모’

입력 2020-01-29 15:46 수정 2020-01-29 15:58
중국 안후이성의 한 역에서 방역 요원들이 승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자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발병지인 우한과 후베이성 사람들을 차별하고 천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우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비행기 탑승과 호텔 투숙에서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히고 일주 지역에서는 우한 사람 색출에 현상금까지 걸었다.

차별과 냉대가 심해지자 허베이성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 “외지인들의 불안감을 이해하자”고 민심을 다독였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허베이성의 성도인 스자좡시의 일부 지역은 우한 사람 또는 그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에 대해 신고를 하면 포상금을 주고 있다.

스자좡시 징징쾅구는 지난 14일 이후 우한에서 돌아온 사람 중 ‘미등록자’를 신고하면 2000위안(약 33만 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정딩현과 루취안시는 명확한 신고 1건에 1000위안을 주고 있다.

우한에 사는 한 네티즌은 우한인 16명과 함께 춘제(春節·중국의 설) 휴가를 떠났다가 도쿄에서 상하이로 비행기를 타고 오려는데 다른 승객들이 동승을 거부하는 수모를 당했다고 27일 SNS에 글을 올렸다.

상하이 출신의 다른 승객들은 공항 당국에 “우한 사람과 같이 탈 수 없다”고 항의를 했다. 게다가 한 상하이인은 우한 사람 가운데 2명이 열이 난다고 신고하며 “이는 상하이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우한 네티즌은 “이게 동포인가”라고 탄식했다.

또 우한 호적을 가진 한 여행 가이드는 단체 여행객을 데리고 싱가포르를 거쳐 항저우에 도착했는데 호텔마다 이들의 숙박을 거부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심지어 한 호텔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에 대해 체온 검사를 한 뒤 격리 조치했다.

항저우 뿐 아니라 윈난성 여러 도시와 광둥성 진장시, 상하이, 하이난 등은 후베이성에서 온 여행객들은 별도 지정된 호텔에서 숙박을 하도록 하고 있다.

광둥성과 구이저우성, 푸젠성, 장쑤성 등에서는 우한 출신 귀향객들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 현지인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한 출신 사람들의 이름과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 신분증, 차량번호까지 최소 1000여명의 신상정보가 유출됐다. 한 우한인은 그런 정보가 유출됐다고 친척이 알려줘서 알았다고 했다.

신상정보가 유출되자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전화나 문자로 ‘우한으로 꺼져라’라는 등의 욕설이 쏟아졌다. 이들의 신상정보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 명단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우한 출신의 한 후난대학 학생은 “내 신상정보가 유출될 것을 알고는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스스로 수배자나 역병 같은 느낌이 들어 괴롭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마궈창 우한시 서기.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각지에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사람들이 차별을 받는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것”이라며 “후베이 사람들도 이런 예방 조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국 인민과 세계인을 위해 이런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며 “감염병이 우한에서 발생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 방지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