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해커, 베조스 이어 NYT 기자 스마트폰도 해킹 시도

입력 2020-01-29 15:43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계된 해커 조직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외국 언론인과 활동가들을 겨냥해 해킹 공작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미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 정보보안업체 NSO그룹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왕실 관련 보도를 해온 벤 허버드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28일(현지시간) 기명 칼럼에서 2018년 6월 21일 사우디 해커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문자 메시지를 수신했다고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아랍어로 “벤 허버드와 사우디 왕실 관련 보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아랍뉴스365.com’이라는 인터넷 주소도 첨부돼 있었다.

허버드 기자는 문자 메시지가 자신을 속이려는 해킹 시도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사우디 국내 언론이 자신의 보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해 인터넷 주소를 클릭토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보였다는 것이다. 허버드 기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문자 메시지에 적힌 문구를 제목으로 삼은 기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우디 국적 언론사 아랍뉴스에 문의해 해당 인터넷 주소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허버드 기자가 메시지를 받은 시점은 베이조스 CEO가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악성코드가 담긴 왓츠앱 메시지를 받은 지 약 6주 뒤였다. 베이조스 CEO는 스마트폰 해킹으로 불륜 사실이 들통 나 이혼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었다.

허버드 기자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비영리기관인 ‘시티즌 랩’에 스마트폰 검사를 의뢰했다. 시티즌 랩은 문자 메시지가 NSO그룹이 개발한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송됐으며 사우디 정부에 고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의 소행이라고 결론지었다. 허버드 기자가 메시지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지 않은 덕분인지 스마트폰이 해킹된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시티즌 랩은 지난 수년 동안 조사를 벌여 해커 36명이 NSO그룹 기술을 활용해 45개국에 거주하는 수백명을 겨냥해 해킹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피해자 중에는 독일 베를린 소재 사우디 인권단체인 ALQST 활동가 야흐야 아시리, 익명의 국제앰네스티 조사관, 사우디 왕실 풍자 유튜버 가넴 알마사리르, 캐나다 거주 사우디 반체제 인사 오마르 압둘아지즈 등이 포함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