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선임 ‘홍역’ 막 치렀는데…이번엔 예탁결제원

입력 2020-01-29 12:03 수정 2020-01-29 15:22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 이명호(57·사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내정됐다. 하지만 노조가 ‘관료 출신 낙하산 후보’라며 출근 저지까지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 달 취임 때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사장에 이 수석전문위원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다음달 초 취임할 예정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자본시장조사심의관,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거쳤다.

하지만 취임까지는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의 반대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금융 공기업에 관료 낙하산의 자리 대물림은 법조계의 전관예우 비리나 다름 없다. 내리 3연속 관료 낙하산의 사장 지명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한 공개모집 취지와 상반된다”고 반발했다.

예탁결제원은 지금까지 내부 인사 출신이 사장으로 배출된 적이 없다. 이병래 현 사장을 미롯해 대대로 금융위원회 고위직 출신이 관례적으로 사장을 맡아왔다. 노조는 향후 이 내정자와의 공개 토론회 개최, 출근 저지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런 한편으로 예탁결제원 노사간 대화 움직임도 모색되고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신임 사장에 대한 경영 철학과 리더십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 노조와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고 전했다. 노조에서도 임추위의 기능 개선을 통한 접점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사장 공개모집을 한 뒤 서류심사와 면접 심사 등을 거치지만 형식적일 뿐이며, 이에 대한 정보는 막혀 있는 상태”라며 “정보 왜곡과 불신을 없애려면 반드시 임추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탁원의 사장 선임 과정이 IBK기업은행의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관료 낙하산’ 비판 속에서 취임한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도 노조의 반대→출근저지→대화를 거쳐 이날 27일 만에 취임식을 가졌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