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박쥐 먹었으니 중국 혐오 안 된다’ 해석에 황교익 반응

입력 2020-01-29 10:5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의 한 음식점 입구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가 우한 폐렴의 원인으로 지목된 박쥐의 식문화를 언급하며 “한국인도 예전에는 지금의 중국인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글은 “우리도 먹었으니 중국을 이해해야한다”는 식의 해석이 달려 여러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낳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황교익씨는 “우리가 과거 박쥐를 먹었다는 사실과 박쥐를 먹는 음식습관은 없어져야한다는 내용의 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황교익씨는 28일 페이스북에 ‘남획으로 박쥐 멸종 위기’이라는 제목의 1979년 신문 기사를 공유했다. 한국인들이 박쥐를 많이 잡아먹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은 황교익씨의 글 전문이다.

"남획으로 박쥐 멸종 위기"

1979년 경향신문 기사이다. 박쥐를 잡아먹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지자 박쥐를 식용하는 중국인에 대해 혐오의 말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있다. 한국인도 예전에는 지금의 중국인과 다르지 않았다. 박쥐를 먹었다. 물론 일상식은 아니었다. 몸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먹었다. 2010년대 중국인의 음식 관습이 1970년대 한국인 수준이라 해석하면 큰 무리가 없다.

'박쥐 요리'는 한국 방송사들이 가끔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박쥐를 먹는 지역에 가서 이를 요리하고 먹는 장면을 찍어서 안방에 내보낸다. 박쥐 요리 먹방은 자극적이라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에 더없이 좋다. 실제로 박쥐 요리 먹방으로 시청률 대박을 친 경우도 있다. 먹방은 출연자가 무조건 맛있다고 해야 시청률이 나오니 박쥐 요리도 맛있는 음식으로 포장되었다.

시대에 따라 인간의 먹을거리가 바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건으로 적어도 중국에서는 박쥐 요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예전에도 그랬듯이, 한국의 방송사는 오직 시청률을 위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어느 오지에서 "맛있는 박쥐 요리" 먹방을 찍을 것이다.

황교익씨의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너희도 먹었으니 중국에 대한 혐오를 멈추는 것이 맞다”는 식의 해석이 달려서 퍼졌다. 하지만 황교익씨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 등이 고려돼 글이 오독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도 과거 박쥐를 먹었다는 자명한 사실, 중국 내 비위생적인 음식습관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 또한 방송에서 세계의 특이한 음식습관을 미화해온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를 나열한 것”이라고 자신의 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한 폐렴으로 인해 국내 퍼지는 중국 혐오 분위기는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이한 음식을 먹고, 그것이 야생동물로 비위생적이이라면 고쳐지고, 개도되어야할 것이지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잘못된 음식습관을 중국인 혐오의 도구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