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녀왔다” 말했는데…병원서 귀가했던 ‘우한폐렴’ 4호 환자

입력 2020-01-28 21:05 수정 2020-04-22 16:52
28일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출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증상 환자를 위한 선별 진료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건양대병원 제공

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다음 날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은 ‘우한 방문력’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귀가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네 번째 환자(55세 남성, 한국인)는 20일 귀국 후 21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의료기관은 보건당국에 환자를 우한 폐렴 관련 모니터링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 병원은 당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환자의 우한 방문력을 확인했다. 그러나 환자로부터 우한 방문 여부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병원은 질본 역학조사에서 “우한 방문 여부를 환자에게 물었지만, 환자가 ‘중국에 다녀왔다’고 답했다”고 진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의미를 파악해야 했는데 당시 환자가 기침 없이 콧물이나 몸살 기운이라고 해서 그렇게 된 것(넘어간 것) 같다”며 “의료기관 대처가 적절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네 번째 환자는 우한 방문력이 확인됐다고 해도 당시 기준으로는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이 아니었다.

질본은 26일 환자 사례정의를 변경했는데, 변경 전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우한시를 다녀온 후 14일 이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었다. 현재는 ‘중국을 다녀온 후 14일 이내 폐렴 소견이 있는 사람’으로 기준이 확대됐다.

정 본부장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타 환자로 분류된다”며 “신고대상이나 관리대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은 객담(가래)이 별로 없는 마른기침과 인후통, 숨 가쁨, 호흡곤란이 특징”이라며 “이런 증상을 위주로 호흡기 증상을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진료 후 귀가한 환자는 25일 증상이 심해져 다시 병원을 찾기 전까지 외부활동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5일 발열과 근육통이 있어 같은 병원을 두 번째로 찾았고, 이날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또, 26일 증상이 악화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유증상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확진 판정은 다음 날인 27일 받았다.

질본은 4번 환자가 방문한 병원을 폐쇄하고 환경소독을 마쳤다. 해당 의료기관 환자와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포함해 172명을 네 번째 환자 접촉자로 파악하고 모니터링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