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조커의 여자친구’라 불리길 거부한다. 그 자체로 충분한 ‘할리 퀸’이 돌아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한 할리 퀸 캐릭터의 솔로 무비 ‘버즈 오브 프레이’를 통해서다. 이 영화의 부제는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이다.
전작에 이어 할리 퀸 역을 소화하고 이번 작품 제작에까지 참여한 배우 마고 로비는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할리 퀸을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할리 퀸의 한층 다양한 모습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수어 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조커의 보호 아래 자신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혼자라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연기가 더 재미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클럽에 가서 술에 취하는 등 이별해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면모들이 나온다. 어린 소녀를 구하려는 책임감을 느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키포인트다.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마고 로비)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은 조커와 헤어지고 자유로워진 할리 퀸(마고 로비)이 블랙 마스크라 불리는 범죄왕 로만 시오니스(이완 맥그리거)를 위시한 갱들에 맞서 고담시 여성 히어로팀 ‘버즈 오브 프레이’를 조직해 나가는 이야기다. 개성만점 여성 캐릭터들이 팀워크를 이룬다.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헌트리스(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죽여주는 목소리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블랙 카나리(저니 스몰렛), 부패한 고담시 경찰 조직을 경멸하는 몬토야 형사(로지 페레즈), 그리고 사건의 열쇠를 숨긴 아이 카산드라(엘라 제이 바스코)가 할리 퀸과 함께한다. 빌런 블랙 마스크를 제외한 모든 주요 인물이 여성이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헌트리스는 자신의 목적에 100% 올인하는 점이 좋았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어떤 동정이나 연민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빌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정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한 뒤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강인함 이면에 숨어있는 인간다움이 좋았다”고 말했다.
저니 스몰렛은 “블랙 카나리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뒷골목에서 자라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현실적 모습과 더불어 초능력이라는 대조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자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분이 연기 포인트였다. 강인함과 연약함을 한꺼번에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가장 즐거운 부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매치기 소녀 카산드라 역의 아역 배우 엘라 제이 바스코는 “이 모든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기뻤다”면서 “연약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 카산드라는 독립적인 캐릭터인데, 다른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벽을 쌓는다. 할리 퀸을 만나는 순간부터 변화하는데, 둘의 재미있는 관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여성들의 연대다. 마고 로비는 “영화를 찍는 건 연대감을 강화해가는 경험인데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랬다. 업계 내에서 여배우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훨씬 빨리 가까워졌고 더 깊은 유대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여성들로 이뤄진 19금 영화가 흔치 않은데 여러분도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출을 맡은 여성 감독 캐시 얀 역시 “여성들은 연약하고 불완전하지만 동시에 강인하고, 함께라면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개개인은 각자의 시련을 겪을지라도 연대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 영화의 중요한 주제이며, 모든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