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지면서 각국이 비상인 가운데,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우한시를 포함해 10개시 이상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약 6000만명의 이동을 제한했다.
사스 사태와 비교해 강경한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시진핑 국가주석에서 쏠린 막대한 권력이 우한 폐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산당 지도부에 과도한 권력이 쏠리면서 지방 관료들은 상부의 구체적 지시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또 관료에 대한 엄벌을 공언함으로써 지방 정부는 재난상황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생겨 사태가 더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조치들
미국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최근 중국 정부의 강경 대처에 대해 “중국의 전례 없는 우한 바이러스 대응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 15개 도시에 전면·부분 이동 제한 조치를 취했고, 이로 인해 약 6000만명의 발이 묶였다. CNN은 “6000만명은 남한 전체 인구보다 많고, 후베이성 면적은 시리아와 비슷하다”며 “전례 없는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 같은 봉쇄령은 중국에서도 여태 이뤄진 적이 없다”며 “심지어 2003년 사스 발병 당시에도 이 정도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의 대응은 인해 중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이로 인한 비용은 상상 초월한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중국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시진핑정부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 때문이라며 동시에 중앙집권적 권력에게 ‘실패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전문가 애넘 니 호주 맥쿼리대 교수는 CNN에 “중국 공산당의 위신과 정당성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당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며 잠재적으로 당을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처럼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에서는 일이 잘 풀릴 경우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영광이 쏠리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니 교수는 “시 주석에는 높은 위험과 높은 보상이 따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권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가 생겨난다”
우한 폐렴 사태가 커진 데는 초기 대응 부실이 지적되는데, 그 이면에는 최고지도자에게 과도하게 쏠린 권력이 문제로 지적된다. 즉 최고 지도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관료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는 사스 사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직접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 중국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12일 첫 환자가 발생할 당시 중국 당국은 이를 인지하고 연구팀을 파견, 화난수산시장이 발병 근원지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같은 달 31일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야생동물을 판 것으로 전해진 화난수산시장을 폐쇄한 것도 발병 2주일 더 지난 1월 1일이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시 주석이 지난 20일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려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 뒤에야 조치들이 취해졌다. 지난 23일 ‘우한 봉쇄’ 조치가 취해졌고, 중국 각지의 춘제 행사 취소, 우한 지역 전면 지원, 교통 통제 등의 조치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NYT는 이처럼 극적인 전환에 대해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 정치력의 양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NYT는 “2002~2003년 사스 전염병 당시 중국 지도부의 비밀·무반응에 견줘 시 주석은 최근 비상사태에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왔다”면서도 “하지만 발병지인 후베이성 지역 차원에서의 위험 인지는 이뤄지지 않고 계속해서 잘못된 대처를 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전략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리처드 맥그리거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기관과 자원을 누구보다 빨리 동원할 수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사태를 감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전면에서 정보를 전파할 수 있는 (당과 분리된) 독립적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 혹은 정치 관계자들은 시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이 잘못된 판단을 거를 수 있는 내부 논의를 방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정치전문가인 롱 지안은 “시 주석이 너무 강력해서 정치적 문제들이 종종 나타난다”며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못하고 문제는 너무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정권의 반부패 운동이 이번 사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샹웨이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편집장은 시 주석의 과시적 반부패 운동이 현지 당국자들의 늑장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관료들의 책임론을 밀어붙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역설적으로 재난상황을 은폐하려는 경향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 다른 간부들에게는 철저한 순응하라고 요구하면서, 관료들은 중요한 결정을 회피하고 당 지도부의 구체적인 지시만 기다리는 경향을 강화했다는 지적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