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안돼! 청주로 가라” 우한 교민 귀국 앞두고 혐오 논란

입력 2020-01-28 18:36 수정 2020-01-28 23:5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라 전세기로 송환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 700여명이 충남 천안에 격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감염 공포 등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정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귀국을 희망하는 우한시·인근 지역 체류 국민이 700여명으로 파악됐다”며 “오는 30~31일 이틀간 우한시에 전세기 파견을 결정하고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송환된 이들은 잠복기가 지날 때까지 정부가 마련한 임시생활시설에서 지낸다. 정부는 수용 장소로 “공무원 교육 시설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아직 (수용 시설을) 특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을 격리시설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우정공무원교육원은 천안역과 승용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고,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은 인근에 학교 2곳과 아파트, 마을회관 등이 있는 곳이다.

일부 천안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구멍 뚫린 격리 조치로 일파만파 위험성이 퍼질까봐 두렵다” “천안은 교통의 중심지인 데다가 격리하겠다는 시설은 시내권 15분 이내다. 더 철저히 격리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천안은 인구도 많고 수도권과 가깝다. 위험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수용 지역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게시됐다. 자신을 천안에 거주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우한 교민들을 천안에 수용하는 것을 취소해달라. 천안 시민들의 찬반투표라도 거쳐달라”면서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결사반대 중”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박상돈 천안시장 예비후보자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천안은 경부고속철도를 비롯해 철도 경부선 호남선 장항선, 지하철 1호선과 더불어 경부고속도로까지 지나는 교통의 요지”라며 “천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노출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노출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주공항에 우한 교민들이 내린다면 이동경로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청주의 공공시설에 격리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장기수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자도 “70만 천안시민의 수장인 시장이 궐위된 상태에서 아무런 협의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경솔한 행위”라며 우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이 천안에 마련될 경우 시민들의 안전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