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확진자, 항공기·버스승객 등 172명 접촉…첫진료 때도 놓쳐

입력 2020-01-28 18:14 수정 2020-01-28 18:17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우한 폐렴) 국내 네번째 확진자가 증상 발현 이후 국내에서 172명을 접촉했고 이 중 1명이 의심환자로 격리돼 감염 여부를 조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환자는 입국 다음 날인 21일 처음 일선 의료기관에서 중국 우한시 방문 이력이 확인되지 않았고, 25일 의심환자로 신고된 뒤에도 다음 날에야 격리입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4세 남성인 네 번째 확진자가 두 차례나 방문했던 경기 평택의 1차 진료기관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도 경유했던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사태를 직접 겪은 경험이 있는데도, 네 번째 확진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 보건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첫 진료 당시 해당 의원 의료진이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로 통보된 명단 확인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네 번째 확진자가 접촉한 사람이 항공기 및 공항버스 승객, 가족 등 172명으로 파악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중 가족 1명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돼 격리조치 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자가격리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받고 증상이 나타나면 유증상자로 전환돼 격리 검사를 받게 된다.

이 환자는 지난 20일 오후 4시25분 대한항공 우한발 직항편(KE882)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경기도 평택 송탄터미널로 이동, 택시로 갈아탄 뒤 평택 자택으로 갔다. 다음 날인 21일 감기 증세로 평택 365연합의원을 찾은 환자는 DUR을 통해 우한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의료기관은 환자를 돌려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환자가 ‘중국에 다녀왔다’고 했지만,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콧물, 몸살 증상만 있어 감기로 진료했다”고 설명했다.

22~24일 자택에만 머물던 환자는 25일 발열과 근육통이 생겨 해당 의원을 재방문했고 이때는 우한 방문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의료기관은 환자를 보건소에 즉각 신고해 보건소는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발현 여부를 감시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26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27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무증상 상태 입국 뒤 발병 사례가 확인되면서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우한에서 입국한 3023명(내국인 1166명, 외국인 185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외국인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기존에 우한에 갔다가 미열 등의 가벼운 증상을 보여 질본에 신고한 100여명은 전원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 검사를 받는다. 이날부터 발열이나 호흡기증상 둘 중 하나만 보여도 격리 검사 대상자로 분류되도록 기준이 강화돼서다.

오전 9시 기준 조사대상 유증상자 112명 중 97명은 격리해제됐고 나머지 15명에 대해선 격리 상태에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30~31일 전세기 4편을 우한에 보내 귀환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 700여명을 귀국시키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재외국민 보호 의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귀국 희망자들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한 폐렴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인 1339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김영선 최승욱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