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5년전 메르스때 뼈아픈 경험하고도 또 방역허점

입력 2020-01-28 18:14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번째 확진자가 평택 지역에서 발생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임시 휴원에 들어간 가운데 28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한 어린이집이에서 선생님이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국내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지난 26일 격리되기 전 평택의 거주지 인근 동네의원을 두 차례 찾았으나 첫 방문 때 의심환자를 걸러낼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의료기관은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두 차례나 환자가 경유했던 곳이다. 5년 전 뼈아픈 경험을 하고도 또 다시 방역에 허점이 생긴 셈이다.

평택은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고 ‘슈퍼 전파자’가 활보했던 곳이지만, 이번에도 네 번째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했다. 해당 의료기관은 물론 이를 관리·감독하는 보건당국도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DUR은 의약품 처방·조제 시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거나 중복되는 약 등의 정보를 의·약사에게 컴퓨터 팝업창을 통해 실시간 제공하는 서비스다. 2010년 12월부터 한방 분야를 제외한 전국의 의료기관, 약국에서 시행 중이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해외여행력정보프로그램(ITS)’을 개발해 DUR에 구축했다. 의료기관 접수 창구에서부터 진료 단계까지 감염병 오염 지역을 다녀왔는지 자동으로 알려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0일부터 신종 코로나감염증 발생 지역 입국자 정보를 전체 요양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와 평택시에 따르면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인 55세 한국인 남성은 지난 21일과 25일 2차례 평택 365연합의원을 찾아 진료받았다. 의원 측은 두 번째 진료 후에야 지역 보건소에 의심 환자 신고를 했다.

첫 진료때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원과 환자는 서로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 해당 의원은 당시 DUR을 통해 환자의 여행력을 확인하고 “우한 방문을 했느냐”고 물었으나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건당국에 진술했다. 반면 환자는 진료 과정에 “중국 다녀온 사실을 말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의료진과 환자 중 누가 거짓말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DUR 시스템에 환자의 위험지역 방문 이력이 나오는 만큼, 의료진의 과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진이 시스템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환자가 중국 방문 사실을 숨겼어도 한 번 더 의심하거나 보건 당국에 신고해 확인 절차를 거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일 “지역사회 전파를 막으려면 2차 방어막이 중요한데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여기서 막았다면) 바이러스 노출자와 노출 범위 모두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의 3분의 1이 DUR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현재 의료기관에서 접수·문진 단계(ITS), 처방 단계(DUR), 접수단계(수진자자격조회시스템 ) 등 3단계 체계를 통해 방문 환자의 중국 입국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안된 곳의 경우 프로그램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당국이 마치 해당 의원이 DUR을 보고도 신고 안한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DUR은 애초 이런 긴급 상황에 쓰는 시스템이 아니고 보건당국이 별도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있는 사람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여행력 고지와 DUR 확인 등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보더 높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