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중국인 입국 금지. 송환해야” 주장까지
내국인 해외여행, 국내 소비도 위축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의 급격한 확산으로 관광 활성화와 내수 진작으로 경기 반등을 끌어내겠다는 정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올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관광 활성화를 끌어내기 위한 여러 정책 패키지를 쏟아냈다. 외국인 관광객 중 비중이 높은 중국인을 겨냥한 카드도 여럿 준비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불거진 ‘바이러스 리스크’로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비와 관광 활성화 정책에 상당한 무게를 뒀다. 올해부터 ‘K-콘텐츠’ ‘K-뷰티’ ‘K-푸드’ 등 이른바 3K를 연계한 ‘K-컬쳐 페스티벌’을 상·하반기 2번에 걸쳐 열고, 한류 관련 방송·시상식 방청권도 외국인에게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공항 입·출국 외국인에게 해당 공항 재방문 시 사용할 수 있는 항공·숙박 연계 바우처를 제공하고, 중국 주요지역 대학생의 경우 방학 때(1~3월, 6~8월) 비자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우한 폐렴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관광업계는 기대감이 컸다. 관광업과 연관이 깊은 숙박·음식점 업종은 지난 연말부터 생산·고용 등 주요 지표에서 호조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은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3.3%, 2.0% 증가했다. 숙박·음식업의 11월과 12월 고용도 1년 전보다 각각 8만2000명, 10만명 늘었다.
여기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한한령(限韓令)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1195만명) 가운데 403만명이 중국인이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694만명까지 치솟았다가 ‘사드(THAAD) 보복’으로 2017년 311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4년 만의 중국인 관광객 회복을 기대하던 상황에서 ‘초대형 악재’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온라인과 정치권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 “우한 폐렴 사태 이후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들을 모두 중국으로 송환해야 한다” 등의 극단적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인 입국 문제뿐 아니라 한국인의 중국 여행, 국내 여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관광뿐 아니라 내수 역시 당분간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우한 폐렴 사태가 가급적 빨리 수습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며 “향후 관광업계 등 피해를 입는 산업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선 과거 신종플루 사태 등을 살펴보면 우한 폐렴의 확산이 조기에 맘춘다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 3분기 여행업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었다. 하지만 신종플루 진정 국면인 4분기로 접어들면서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이 5.5% 증가하는 등 경제에 큰 타격을 입지 않고 무난하게 지나갔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