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3위)가 32강에 이어 8강에서도 대역전극을 펼치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7100만호주달러·약 570억원) 4강에 진출했다.
페더러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9일째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9·미국·100위)에 3대 2(6-3 2-6 2-6 7-6<10-8> 6-3) 승리를 거뒀다.
노쇠화를 경험으로 극복한 페더러다. 200km가 넘는 강력한 서비스로 기세를 올린 샌드그렌을 상대로 페더러는 서브 에이스에서 5-27로 밀리며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포핸드 스트로크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효율적인 리시브와 완급조절로 승부를 풀세트까지 끌고가 결국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1세트를 가져온 페더러는 2, 3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몸이 불편한 듯 경기 중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4세트에서도 페더러는 위기를 맞았다.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세 번이나 매치포인트를 허용하며 힘겹게 경기를 끌고 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3-6까지 끌려가며 승리의 여신이 샌드그렌의 손을 들어줄 찰나. 페더러는 상대 백핸드 실수와 서브 포인트, 발리샷을 묶어 6-6까지 따라 붙었다. 기세를 찾은 페더러는 결국 10-8로 4세트를 따냈다.
페더러는 5세트에선 3-2에서 샌드그렌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잘 지켜 결국 6-3으로 3시간 31분의 접전을 마무리했다.
페더러는 존 밀먼(31·호주·47위)을 상대한 3회전에서도 5세트 10점 타이브레이크 4-8까지 끌려가다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체력 부족을 경험으로 극복해내는 환상적인 모습이다.
이날 승리로 페더러는 호주오픈에서 102승 14패, 윔블던 101승 13패 등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2개 대회에서 100승 이상을 달성했다. 남녀를 통틀어 페더러만 해낸 기록이다. 라파엘 나달(34·스페인·1위)이나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2위)는 아직 특정 메이저 대회 10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2018년 이후 2년 만에 호주오픈 우승을 노리는 페더러는 4강에서 조코비치-밀로시 라오니치(30·캐나다·35위) 경기의 승자와 만나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