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면서, 무사증(비자) 제도가 시행 중인 제주도민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8일 겨울방학을 끝낸 14개 학교에는 개학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여행, 친지 방문 등 외부 접촉이 잦은 명절 연휴 시기였던 만큼, 잠복기를 고려할 때 당장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이면서 무사증 제도 시행지로 도민들은 마트나 병원 목욕탕 술집 등 곳곳에서 중국인들을 만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 불안감이 어느 지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의 설 연휴기간 중인 1월 24~27일 제주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8893명(24일 2688명, 25일 2691명, 26일 1813명, 27일 1701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제주도관광협회가 추산한 1만4394명에는 못 미쳤지만, ‘우한 폐렴’의 감염 파급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적지 않은 수다. 현재 제주와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은 없지만, 이미 확진자가 발생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18개 도시에서 제주 직항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하기 전 이미 500만명이 도시를 빠져나갔고, 이 중 6430명이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제주도민들의 우려는 더 깊어진 상황이다.
도민들은 확진 환자가 단 한 명만 나와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적은 제주에선 도민 상당수가 관광업 등 서비스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어, 관광 경기가 도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제주는 아직 확진환자가 보고 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 어린이집 등에서는 제주를 여행하고 온 아이들에 대해 당분간 등원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워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제주 여행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다시 증가해 해빙 모드를 기대해 온 도민들로서는 이번 우한 폐렴이 더욱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됐다. 춘제 기간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2017년 4만8000명에서 2018년 9000명으로 크게 줄었다가, 2019년 2만 명, 2020년 2만7000명(추정)으로 증가세에 있었다.
여기에 내달 2월 중순 예정됐던 중국 쯔보시 축구단의 제주 전지훈련이 취소되는 등 중국 관광시장 위축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27일 기준 제주 관광업체의 중국 관광객 취소 사례는 350여건 3000여명이며, 도내 여행사 10곳을 통해 중국 여행을 취소한 도민은 550여명에 달한다. 취소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4년째 펜션을 운영해 온 김경선(55)씨는 “여행은 선택 행위이기 때문에 경제가 안 좋거나 병이 돌면 여행객은 금세 줄어든다”며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기치가 도민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는 꼴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