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루트자산운용이 일부 펀드의 환매연기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에서 ‘리스크 기피증’이 짙어지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른 금융업계가 위험을 회피히려는 선제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펀드런’ 등 자산운용 시장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펜루트는 28일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등 3개 펀드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들 펀드의 설정액은 1108억원 규모다. 알펜루트는 “극단적 최대 값을 가정하면 다음 달 말까지 환매연기 가능 펀드는 총 26개이고 규모는 1817억원”이라며 “3개 펀드 외 나머지(23개) 개방형 펀드는 시간을 두고 환매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알펜루트의 환매연기 결정 배경에는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 알펜루트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라임자산운용 회계실사를 놓고 금융권의 우려가 높다. 이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총수익스와프(TRS) 자금의 회수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이런 결정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금융 당국의 정책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피해예방 및 권익보호 부문을 기존 6개 부서, 26개 팀에서 13개 부서, 40개 팀으로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지나친 리스크 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건전한 자산운용 시장까지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자산운용사와 TRS 계약을 맺고 있는 6개 증권사 임원을 불러 긴급회의를 가졌다. 금감원은 “부실 발생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계약의 조기종료 전에 관련 운용사와 긴밀한 사전협의를 통해 연착륙이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