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커지고 관광객은 줄고” … ‘신종 코로나’ 지역에도 후폭풍

입력 2020-01-28 16:4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후폭풍이 전국 각지에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는 커지고 지역을 찾는 관광객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사드와 일본의 경제보복 여파로 움츠렸던 관광 열기가 모처럼 되살아나는 분위기에서 뜻하지 않은 상황에 지자체의 한숨도 커가고 있다.

충남도는 다음 달 방한할 예정이었던 3000여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중국 관광객의 방문 취소는 충남도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도는 이번 여행객이 산둥성·기린성 등 우한 지역과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에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취소 요청이라는 강수를 뒀다.

도 관계자는 “당분간 중국 관광객 유치 활동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이자 무사증(비자) 제도가 시행 중인 제주 도민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제주에서는 내달 중순 예정됐던 중국 쯔보시 축구단의 제주 전지훈련이 취소되는 등 관광 취소 사례가 350여건(3000여명)에 이르렀다. 이날 겨울방학을 끝낸 14개 학교에는 개학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10년 넘게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A씨(55)는 “도내에서 확진 환자가 단 한 명만 나와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떨어질 것”이라며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의 기치가 도민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는 꼴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내세운 대구시와 경북도도 낯선 복병에 큰 울상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관광 부흥에 역량을 모아 올해 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으나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드와 한·일 관계 냉각 등 어려움을 겪은 뒤 겨우 회복되는 추세였는데 이번 사태로 또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동남아와 대만 일본 등지로 눈을 돌려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북도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국에서 연수중이던 도내 초중생 55명을 27일 전원 귀국 조치했다. 이들 학생들은 지난달 22일부터 2월1일까지 항저우에서 글로벌체험 연수를 받고 있었으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닷새 앞서 귀국했다.

앞서 군산항에서 중국 스다오항까지 운항하던 카훼리 항로는 지난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운항이 중단됐다.

국내 세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경기 고양시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시민들 사이에 유포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OOO에서 환자가 쓰러져 이송됐다’ ‘OO동 일대를 이틀 동안 휘젓고 다녔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날로 퍼지자 고양시가 법적 조치를 경고했지만 파장이 잠잠해지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우한시와 우호협력도시 결연을 한 광주시도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우한시 기업·민간단체와 교류 중인 지역 기업과 단체 현황을 파악하며 선제적 대응을 펼치고 있다. 겨울 성수기를 맞아 중국 단체 방문이 예정됐던 강원 지역 리조트들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

이밖에 부산시와 울산시 등도 한한령(限韓令) 해제 분위기에 중국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뜻하지 않은 전염병에 계획 다각화에 나섰다.

부산지역 사후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단체 방문이 회복되는 추세였는데 또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매출 감소도 힘들지만, 바이러스 감염도 두렵다”고 말했다.

전주‧대구‧홍성‧제주=김용권 최일영 전희진 문정임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