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EU 지도부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5일 EU 탈퇴협정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29일(현지시간) 유럽의회의 비준만 남기고 있다. 유럽의회의 비준은 사실상 형식적 절차인 만큼 오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확실시된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만에 마침내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는 셈이다.
하지만 영국과 EU는 또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연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 내에 무역협정을 포함해 안보,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한 미래 관계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환기간 동안 영국은 EU 회원국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된다. 갑작스러운 EU 탈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래 관계 협상에서 양측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안보 및 교통 분야의 협력은 무난히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분야는 무역협상의 핵심인 규제 및 기준이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0월 브렉시트 합의의 일환으로 브렉시트 이후에도 정부 보조금, 경쟁, 사회·고용 기준, 환경, 기후변화, 세제 등의 영역에서 ‘공통된 높은 기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선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사지드 다비드 영국 재무장관이 최근 브렉시트 이후 EU의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벌써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EU는 영국이 규제 및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EU 시장 접근을 제한할 방침이다. 여기에 서비스·농어업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분야가 적지 않다.
EU 지도부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향후 협상에서 영국에 양보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27일 “영국과의 향후 무역 협상에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두고 절충은 절대로 없다”면서 “영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르니에 대표의 이날 발언은 최근 다비드 장관 등 영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EU의 양보를 기대하거나 유연성을 주장하는 발언이 잇따르는 데 따른 반박으로 풀이된다.
협상 시한 역시 문제다 미래관계 협상은 지난 3년여간 진통을 거듭한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보다 더 복잡하고 방대하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아예 전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내용을 EU 탈퇴협정에 넣어 통과시켰다. 올해 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미 브렉시트를 단행한 상황인 만큼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브렉시트는 일단락 됐지만 영국과 EU가 직면하게 되는 협상 과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