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문 직원에 14일 휴가…‘우한 폐렴’ 조기 차단 나선 면세업계

입력 2020-01-28 16:30
롯데면세점 명동점 10층 안내데스크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중인 모습. 롯데면세점 제공


면세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중국 방문 후 귀국한 직원에게 장기 휴가를 주고 만성질환 직원의 휴직을 장려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도 나왔다. 국내 항공업체들이 일부 중국 항공노선을 잠정 중단할만큼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의 위기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은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4일 이갑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상시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중국 방문 직원들이 귀국 후 14일간 휴가 조치시키도록 했다. 상해, 베이징, 심천에 있는 주재소 근무 직원과 개인 용무차 중국을 방문했던 직원까지 10여명이 휴가 대상자다. 우한 폐렴 잠복기는 3~7일이며, 최장 14일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은 또 임산부와 만성질환 직원에게는 휴직을 적극적으로 권고키로 했다.

이밖에도 면세업계는 이미 임직원 발열 상태 확인과 마스크, 세정제 착용 의무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한인규 TR부문장(사장)을 본부장으로 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29일 매장 일대에 방역작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면세업계가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연휴 동안 중국 관광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산세가 갈수록 빨라지고,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4명으로 늘면서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28일 현재 중국 관광객 입국 거부 청원 서명자가 50만명을 돌파했다.

항공업계도 중국 노선 운항의 잠정 중단을 검토하고 나섰다. 에어서울은 중국 우한뿐만 아니라 중국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 우한이 아닌 다른 중국 지역의 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은 에어서울이 처음이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수·금·일), 인천∼린이 노선을 주 2회(화·토) 운항하고 있었으나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부산∼장자제 노선은 29일부터, 무안∼장자제 노선은 오는 30일부터 각각 운항을 중단한다. 다음달부터 무안~싼야 노선도 운항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지난 23일 주 4회 운항하던 인천~우한 노선 운휴를 공지했다.

한국철도(코레일)는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일 역사를 소독하고 열차는 운행 전·후 매일 1회 이상 소독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역 직원 및 접객 직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 착용토록 하고 개방 운영 중이던 매표창구를 폐쇄형으로 운영해 감염 위험 최소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면세 업계의 이런 적극적인 대처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업계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조치는 정부 지침에 따라 당연히 시행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것을 떠들썩하게 알려 소비자들의 과도한 불안감을 부추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택현 임세정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