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료진 ‘우한 폐렴’과 사투…간호사 “내가 잘못되면 시신 기증”

입력 2020-01-28 16:29
우한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까지 직접 나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후베이성은 밀려드는 환자 수용을 위해 병상 8000개를 늘리기로 했고, 우한시는 제2의 응급병원을 긴급히 세우기로 했다.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우한 폐렴에 걸리거나 쓰러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한 간호사는 “내가 잘못되면 시신을 바이러스 연구용으로 기증하겠다”고 밝혀 심금을 울리고 있다.

28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후베이성 양윈옌 부성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우한 이외 지역에 의료기관 70여 곳을 신축·증축해 병상 8000개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관을 신축 또는 개축하고, 일부 민영 병원 등 현재 있는 의료기관을 징발하는 방식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한시는 병상 700~1000개 규모의 훠선산 병원을 긴급하게 건설하고 있으며 레이선산에도 보름 안에 완공을 목표로 병상 1500개 규모의 제2 응급 병원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우한에 건설중인 '신종코로나' 응급 병원.

중국에서는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45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06명으로 집계됐다. 우한 지역을 포함한 후베이성의 확진자는 2714명이고, 사망자는 100명에 이른다. 우한 지역의 경우 확진자 1590명, 사망자 85명이 발생했다.

우한과 후베이성 지역은 넘쳐나는 환자들로 의료시스템이 마비되고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복도를 가득 메운 채 옴짝달싹 못하는 동영상도 확산됐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은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투를 이어가다 목숨을 잃거나 ‘우한 폐렴’에 감염되고 있다.

푸젠성 푸청현이 셴양병원 부원장 마오양훙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당일인 지난 25일 밤 도로에서 행인들의 체온을 검사하다 신호를 잘못 본 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의 아들은 “그날은 아버지의 근무일이 아니었는데 병원에 사람이 부족해 자진해 근무를 나가셨다가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장쑤성 타이저우시의 인민병원에서 지역 순찰을 마치고 돌아와 근무를 이어가던 호흡기 내과 의사 장지쥔(51)이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마스크와 고글로 중무장한 중국 의료진,신화연합뉴스

중국 인터넷에서는 ‘95년생 간호사의 편지’가 퍼지며 심금을 울리고 있다.

우한시의 간호사인 리후이는 위챗 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가족들은 춘제 전날 밤 가족과 함께 식사하자고 했지만 나는 병원이 매우 안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내가 잘못되면 시신을 바이러스 극복용 연구를 위해 기증하겠다. 우리 부모님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우한시의 셰허병원에서는 14명의 의료진이 한 환자로부터 ‘우한 폐렴’ 집단으로 전염됐다.

벼랑 끝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폭행당하는 일도 잦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우한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진료 대기시간이 긴데 불만을 품고 체온 측정을 요구하는 간호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다른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판독 결과 우한 폐렴으로 확진을 받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침을 뱉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전국에서 의료 인력을 차출해 우한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후베이성 정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국에서 26개팀, 3100명의 의료진이 우한시를 비롯한 후베이성의 병원에 투입됐다. 별도로 4개팀 300여 명의 의료진도 투입 대기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중요 지시를 통해 “각급 당 조직과 당원 간부들은 단결해 인민 민중을 이끌어 당 중앙의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인민 민중에 의지해 전염병과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식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는 봉쇄된 우한시를 직접 찾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최전선에서 사투 중인 의료진과 환자, 시민들을 격려하면서 민심 수습에 나섰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