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9 전화하라더니…계속 “통화량이 많아 연결 안 됩니다”

입력 2020-01-28 16: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이 '경계' 단계로 격상된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호흡기 질환 예방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현재 전화 대기가 많아 연결이 어렵습니다….”

기계음은 5분 넘게 이어지더니 이내 끊겼다. 대여섯차례 재차 이어진 시도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질병정보 문의와 감염병 의심신고 창구인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번) 전화는 28일 하루종일 불통이었다.

행정안전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첫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지난 20일 이후부터 “중국 우한시를 다녀온 후 14일 이내 발열이나 기침, 호흡곤란 등 폐렴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와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그러나 설 연후 이후에도 해당 콜센터에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제대로 상담조차 받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이날 기자가 오전과 오후 각각 10여분 이상 콜센터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콜센터와 통화한 이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한 남성은 ”기침·가래 증세가 의심스러워 검사받을 수 있는 병원을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면서 “인근 대형 종합병원에서 우한 폐렴 검사가 가능한 병원인지 물어봤지만 직접 문의해야 한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의 한 전문의는 “접촉자가 신고를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도 지적해야겠지만 자진신고조차 쉽지 않은 현 상황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뒤 일원화된 현 1339 신고체계가 오히려 대응을 어렵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 체제는 메르스 사태 이후 전국 12개 시도에서 각각 신고 대응하던 걸 통합한 것이라 특수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온 국민이 전부 한 곳에 전화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당연히 통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한 곳에서 전국 각 병원 실정까지 모두 알아야 감염자 조치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특수 상황인만큼 대응인원을 각 지역에 비상 편성하고 각자 대응하도록 한 뒤 최종 관리만 질병관리본부에 맡기는 편이 차라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평소에 하루 500~700건이던 문의가 현재는 1만 건 이상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30명인 대응 인원을 20~30명 정도 더 긴급충원할 예정”이라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와 연계해서 대기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황윤태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