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사법 ‘짬짜미’ 논란 겪은 변협…법무사회 “협의 불가능했다”

입력 2020-01-28 15:40
이찬희(왼쪽 네 번째)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무사법 개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최근 법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개정 법무사법 입법 과정에서 변호사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됐는데, 변협 집행부가 대외적으로는 “법무사법 개정 반대”를 외치면서 ‘물밑’으로는 대한법무사협회 측과 협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변협은 “법안 반대 입장을 관철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변호사업계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변협과 치열하게 ‘입법 로비’ 대결을 펼쳤던 법무사협회 측은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변협과 극한 대립 상태였기 때문에 협의할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을 촉발한 건 지난해 11월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회 회의록이다. 1소위원장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기서 “변협과 법무사협회가 (법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서로 상생하는 그런 합의 같은 것을 하겠다, 이렇게 의견을 표시해왔다”고 말했다. 법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제가 받은 내용은 변협에서 반대의견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의록을 본 변호사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일감 찾기가 힘든 변호사 시장을 더욱 위축시킨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의원이 애초 발의한 법무사법 개정안에는 법무사가 개인회생·파산사건의 대리, 강제집행 사건 신청의 대리를 맡을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시키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이에 변협은 “재판 영역에서 변호사 아닌 자에게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결국 법무사법 개정안은 개인회생·파산사건의 신청만 대리할 수 있도록 대폭 수정된 채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변협은 “법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원안에 비해 크게 바뀐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해온 결과”라고 했다. 변협 관계자는 “법무사법 개정안 반대 의견을 철회한 적이 없다”며 “(송 의원과) 의사소통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사협회 측은 “협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고, 각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정작 변협과 입법 경쟁을 벌였던 상대방이 ‘오해’라고 말한 것이다. 법무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편익 증대를 위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직역군이 각자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며 “변호사업계의 현재 논란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