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뉴욕타임스(NYT)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보도가 기밀 유출 논란으로 번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전직 고위 관리로서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회고록 출간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전에 초고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과 NSC 양측 모두 NYT에 초고를 유출하지 않았다며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NYT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초고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당국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수사에 협조하기 전까지는 군사 원조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원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중에 보도가 나오면서 볼턴 전 보좌관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NYT가 어떤 경로로 초고를 입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30일 NSC 기록물 관리 담당자인 앨런 나이트에게 초고를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볼턴 전 보좌관 측은 NYT 보도 당일 성명을 내고 “오늘자 NYT 기사는 유감스럽게도 출간 전 검토 절차에 문제가 발생했으며 초고 검토 담당자가 아닌 사람에게 정보가 노출됐음을 의미한다”며 NSC 측에 책임이 있다고 공격했다.
NSC는 반격에 나섰다. 존 울리오트 NSC 대변인은 27일 “볼턴 전 보좌관의 초고는 출간 전 검토를 위해 NSC에 제출됐으며 기초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NSC 소속이 아닌 백악관 직원 중 초고를 접한 인원은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NSC는 초고 유출의 진원지가 아님을 강조하며 볼턴 전 보좌관 측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NYT의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 보도가 미친 파장을 감안하면 초고 유출 경로 규명은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볼턴 전 보좌관과 NSC 둘 중 하나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오는 즉시 부결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NYT 보도 이후 혼란이 벌어진 상황이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백악관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을 자신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친(親)트럼프 성향 인사들은 볼턴 전 보좌관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NYT에 초고를 유출해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볼턴 전 보좌관과 출판사 측은 “우리는 NYT 보도와 그 어떤 관련도 없음을 단호하게 밝힌다”면서 “우리 측 입장과 반대되는 주장은 모두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이 상당한 정치적 야심가라는 점에서 그가 초고를 유출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볼턴 전 보좌관과 함께 근무한 인사는 폴리티코에 “그는 단순히 책을 팔기를 원치 않는다. 그는 국무장관이 되고 싶어하고 대통령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