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관 ‘5대 4’로 트럼프 강경 이민정책 손 들어줘
식료품·주택·의료 지원 받는 이민자들, 영주권 힘들어져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 ‘타깃’
트럼프 재선 가도에 도움될 듯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출신의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미국 영주권을 받는 것이 힘들어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저소득층 이민자에 대해 영주권 발급을 어렵게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미 연방대법관 9명 중 5대 4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수적인 대법관 2명을 지명한 이후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화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는 평가다.
이 판결의 핵심은 생활보호대상자(public charge)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민자들의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이 조치를 ‘재력 테스트’라고 비난한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는 것이 유럽 출신 백인 이민자들과 비교할 때 불균형적으로 높게 금지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장애인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인 클라우디아 센터는 “이번 결정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하급심 판결이 진행 중인 일리노이주를 제외한 미국 전국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이민자 영주권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정부에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저소득층 이민자들의 영주권 발급을 금지할 수 있는 강경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식료품 지원·주택 지원·저소득층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를 받는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표적이 됐다.
특히 이번 정책은 36개월의 기간 중 최소 12개월 넘게 식료품·주택·의료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의 영주권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정책이 이민자들의 자립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뉴욕주·코네티컷주·버몬트주와 많은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의 조지 대니얼스 판사는 효력 정지 가처분을 결정을 내리면서 “‘아메리칸 드림’에 혐오감을 주는 정책이며 배제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을 포함해 5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이 정책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4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결정이 나오던 시간에 상원의 트럼프 탄핵 심판을 주재하고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초강경 이민정책은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에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딕 더빈 상원의원은 “이민 지원자의 재산을 기준으로 법적 이민을 제한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전적으로 ‘반(反) 미국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