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백희나 작가 2심도 패소…“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겠다”

입력 2020-01-28 11:37
동화 구름빵. 연합뉴스

작품이 성공을 거뒀는데도 계약 조건 때문에 적은 돈을 받은 동화 ‘구름빵’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홍승면 구민승 박지연 부장판사)는 구름빵 작가 백희나씨가 한솔교육,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구름빵은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구름빵을 뽑기도 했다.

그러나 신인 작가였던 백씨는 원고를 넘기면서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어 정작 백씨의 손에 들어간 수입은 많지 않았다.

백씨와 한솔교육이 구름빵을 출간하기로 하며 맺은 계약 조항 중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이 때문에 백씨가 받은 돈은 850만원에 불과했고 이후 받은 지원금을 모두 포함해도 2000만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출판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백씨의 주장이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먼저 백씨는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이 불공정하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조항은 계약을 체결한 2003년 당시 백씨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따라서 백씨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백씨는 책의 저작권과 별도로 동화 속 인물에 대한 캐릭터 저작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림책의 경우 어문저작물·미술저작물·캐릭터저작물이 결합한 것인데 앞선 계약서 조항에 따르면 출판사는 이들을 포함한 저작물 일체를 양도·양수하기로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구름빵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설정이 바뀌고 새로운 캐릭터나 배경이 더해져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됐다는 백씨의 주장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기가 추가된 부분은 이미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 돼 버린 것”이라며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양도된 만큼 그 과정에서 이뤄진 변형이 동일성 유지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백희나 페이스북 캡쳐.

백 씨는 이러한 판결에 대해 지난 1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 보겠다.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는 글을 남기며 굳은 의지를 전했다.

김현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