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길은?…한화·롯데 사례 보니

입력 2020-01-28 11:06 수정 2020-01-28 14:27
이홍훈(가운데) 한화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12월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정구 전 성공회대 총장과 조홍식 전 서울대 법학대학원장. 한화 제공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다음달 초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준법경영’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조직 개편 등을 건의할 만큼 적극적인 준법감시 기구가 있는가 하면 준법 의식 강화에 초점을 둔 위원회도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후자와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사내외 여론 추이에 따라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한화·롯데·태광·한진그룹이 삼성 준법감시위와 비슷한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한화의 준법감시 기구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한화는 2018년 5월 이홍훈 전 대법원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화컴플라이언스위원회(이하 한화컴플)를 사외 독립기구로 출범시켰다.

김승연 회장은 초기부터 위원회에 큰 힘을 실어줬다. 대표적인 예가 그룹 컨트톨 타워 역할을 하던 경영기획실 폐지다. 과거 삼성으로 치면 ‘미래전략실’이다. 김 회장은 한화컴플이 “기획실을 해체하라”고 건의했을 때 곧바로 수용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회장은) 법적 실체가 없는 경영기획실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일부 사회적 비판 여론을 깊이 의식하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한화컴플 지원팀은 초기 전담자 56명, 겸직자 62명으로 모두 118명으로 구성됐다. 소속 직원은 파견 근무 형태로 인건비는 소속 계열사가 지급한다. 한화컴플은 법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적극 마련해 배포한다. 지난해는 하도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실무자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는 영업비밀 보호 관련 규정을 배포할 예정이다. 물론 준법 교육과 법 위반 실태 확인은 가장 주된 업무다.

한화컴플은 사외 독립기구다. 이 위원장은 독립성을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비 등 소정의 품위 유지비 정도만 받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취임 초 기업의 준법경영 정착을 마지막 소임으로 여기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화컴플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롯데는 한화보다 1년 앞선 2017년 4월 민형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위원장으로 롯데컴플라이언스위원회(이하 롯데컴플)를 출범시켰다. 롯데컴플은 이 위원장 외 사내·외 인사 3명씩 동수로 구성돼 있고, 지원팀 규모는 140여명이다. 주 업무는 역시 사내 교육과 모니터링이다. 롯데 관계자는 “준법감시위 운영만으로도 구성원들은 ‘준법’을 의식하게 되고 각종 사내외 불법적인 압력에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2018년 말 정도경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준법감시위를 출범시킨 태광 그룹은 교육 중심이다. 지난해 4차례 워크숍을 열고 사례집을 냈다.

2018년 4월 ‘준법위원회’를 출범시킨 한진은 준법 감시와 개선안 마련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외부 독립기구라는 면에서는 한화와 가장 유사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재판부 권고에 따라 출범하는 것이어서 감형을 위한 ‘이벤트’ 기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재판부는 지난 17일 공판에서 준법감시위를 운영 중인 기업에 대해 감형을 규정한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언급했다.

그러나 기존 사례에서 보듯 오너의 비전과 의지에 따라 준법감시위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제대로 작동하면 여론 등에 따라 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주화 최예슬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