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밀반출, 시중은행 부지점장·면세점 직원도 가담

입력 2020-01-28 10:40 수정 2020-01-28 15:13
외화밀반출 개념도. 인천지검 제공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1억원 이상 여행경비신고액수가 2017년 209억원에서 2018년 2035억원으로 급증한뒤 지난해 1~6월에만 97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은 물론 면세점 직원들까지 가담해 외화를 불법 반출하는 범죄행위가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불법자금을 ‘여행경비’로 허위신고하거나 면세점 직원을 통해 밀반출하는 방법으로 6개국으로 1733억원 상당을 반출한 외화반출조직 10곳 61명을 적발해 이 중 10명을 구속기소하고 4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중 36명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여행경비로 허위신고하는 수법으로 1469억원 상당을 조직적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구속기소된 A씨(23) 등 총책 5명은 금품을 받고 반출조직의 외화 206억원의 환전을 도와준 시중은행 부지점장 B씨(56·불구속기소) 등 적극가담자 8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반출용도는 해외 가상화폐 구입자금 1399억원, 환치기 자금 49억원, 범죄수익금 16억원, 밀수금괴 구입자금 5억원 등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또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직원 L씨(23) 등 4명을 통해 합계 264억원 상당을 밀반출한 반출조직 총 25명을 인지해 총책 I씨(32), 면세점 직원 알선책 K씨(32)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면세점 직원 등 적극가담자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반출금은 대부분 해외 카지노에서 속칭 ‘환치기’ 용도로 사용됐다.

검찰관계자는 “내국인이 지급수단을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한국은행장 등에게 사전에 신고하고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는 반면 여행경비는 상한액 제한이 없고, 증빙서류가 요구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반출조직이 불법자금 등을 ‘여행경비’로 허위신고 후 반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출조직은 건당 30만원의 수고비와 여행경비 일체를 부담하고 다수의 운반책들을 고용해 범행에 이용했다”며 “반출된 자금은 환치기 자금, 밀수금괴 구입자금, 범죄수익금 등 불법자금 또는 해외 가상화폐 구입자금인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