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볼턴 증인채택’ 놓고 공화당 집안싸움

입력 2020-01-28 10:13 수정 2020-01-28 10:42
상원 탄핵심리에 증인 채택 위해선 최소 공화당 4명 ‘이탈표’ 필요
볼턴 등판으로 상황 급변…“공화당서 5명 또는 10명 이탈 가능성
볼턴 증인 채택되면 ‘핵폭탄’ 폭로 가능성 배제 못해
트럼프 “볼턴에 어떤 말도 한 적 없어” 강력 부인
트럼프 법률팀, 볼턴 거론 안하고 바이든에 화력 집중


‘트럼프 탄핵’ 정국에 뇌관으로 부상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뉴시스

불씨가 꺼져가던 ‘트럼프 탄핵’ 정국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오는 3월 출간할 책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연계하기를 원했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당장 여당인 공화당에선 내부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반(反) 트럼프’ 노선을 걷고 있는 밋 롬니 상원의원은 27일(현지시간)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볼턴의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합류할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잔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볼턴 책에 대한 보도들은 증언 필요성을 강화시키고 공화당 동료 상원의원들 사이에 많은 대화를 촉발시켰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상원 탄핵 심리에서는 새로운 증인 채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볼턴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현재 전체 100석인 미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그리고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증인 소환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공화당에서 4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4명 이상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당론에 반기를 들어 증인 채택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 상원의원으로는 롬니와 콜린스에다 리사 머카우스키,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이 거론된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나는 전에 볼턴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고 이탈 가능성을 열어 놨다.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주장을 다 들어본 뒤에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선호하는 증인들을 한 명씩 추천하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나는 공화당 이탈 의원이 4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대담한 예상으로는 이탈 의원이 5명 또는 10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내분을 부추기는 전략적 발언이다.

볼턴의 증인 채택이 성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입장에선 증인 채택 불가를 외쳤던 1차 둑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공화당의 더 큰 고민은 볼턴이 상원 탄핵심리에 출석해 핵폭탄급 폭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볼턴이 쓴 책의) 원고를 본 적이 없으며 볼턴에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부인했다. 그는 볼턴의 주장을 담은 NYT 보도를 “거짓”이라고 깎아내렸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볼턴이 책을 많이 팔려는 동기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상원 공개심리에서 트럼프 법률팀은 존 볼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화력을 바이든 부자에 집중했다.

트럼프 법률팀의 팸 본디 변호사는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은 지난주 탄핵심리에서 바이든 부자와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이사회 멤버였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를 400번 넘게 언급했으나 전체 그림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 법률팀이 공개 심리에서 바이든을 처음으로 직접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진영은 “본디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볼턴의 등장으로 트럼프 진영과 바이든 진영 간의 신경전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볼턴의 증언이 성사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라 트럼프 탄핵이 현실화될 확률은 여전히 낮다. 하지만 볼턴의 입이 탄핵 정국을 뒤흔드는 허리케인으로 커져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