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서 병역특례…법원 “군복무 처음부터 다시”

입력 2020-01-28 10:10

법원이 아버지 회사에서 군 대체복무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남성에 대해 군 복무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30대 후반 남성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 등을 상대로 “복무만료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병역법상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했다. 이 중 2014년 12월부터 복무를 마칠 때까지는 B회사의 산하 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일했다.

문제는 경찰이 2018년 B회사의 보안프로그램 납품 비리에 대해 수사하던 중 불거졌다. B회사의 법인등기부 내용과 달리 실질적인 대표가 A씨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병무청은 경찰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A씨가 당시 병역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복무 만료 처분을 취소했다. 병역법은 병역지정업체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에 해당하는 사람은 해당 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전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무청은 2018년 11월 A씨에게 현역병 입영을 통지했고, A씨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해 6월 A씨를 현역병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바꿔 재통지를 보냈다. 그러자 A씨는 병무청의 복무만료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는 아버지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역법상 ‘지정업체 대표이사’에는 실질적인 대표이사도 포함된다”며 “A씨 아버지는 B회사의 실질적 대표이사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이나 공공단체와 달리 사기업은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와 실제 경영자가 다른 경우가 다수 있는 실정”이라며 “법인등기부상 대표가 아니란 이유로 병역법 규정을 적용하지 못하면 그 목적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