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충분하고 신속한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방역과 검역·치료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미 확보된 예산으로 신속히 대응하고, 부족한 경우에는 예비비를 편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국내에서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중국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에서만 80명이 사망하는 등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방역 등을 위한 예산지원 방안과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하고 신속한 예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방역과 검역·치료 등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미 확보된 예산을 활용해 신속히 대응하고, 국내 확산 등으로 예산이 부족할 경우 예비비 편성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우한 폐렴’이 점차 확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중국·홍콩을 중심으로 주요국 증시 및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확대될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는 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인해 지난 24일 미국과 이날 일본에서 주가 및 금리가 상당폭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24일 미국 다우지수는 0.58% 하락했고,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3% 떨어졌다.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미 달러화(+0.1%)와 엔화(+0.5%), 금 가격(+1.0%)은 강세를 보였다.
이에 이 총재는 “우한 폐렴의 전개상황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도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우한 폐렴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실물경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국내 확산 상황 등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관련 동향을 철저히 점검·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 간부회의 이후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진행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여행업계를 통한 예방과 대처 방안이 논의됐다. 중국의 춘제(春節·중국의 설)로 대규모 이동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추가 확산 우려가 있는 만큼 출입국 기록 공유 등 관계부처간 협조체계를 지속·강화하고, 국내 방역 및 검역·치료 등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하고 신속한 예산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김 차관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최근 미·중 1차 무역합의로 마련된 세계경제 개선 기대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계획된 민간·민자·공공투자 100조원, 투자·소비 관련 세제지원, 정책금융 479조원 등을 신속히 집행하는 등 경기반등 모멘텀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건당국과의 유기적 협조 아래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시장불안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예산 지원 및 경제영향 최소화 점검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