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시설서 차량 활동…도발 징후냐, 기만 전술이냐

입력 2020-01-27 09:36 수정 2020-01-27 11:17
미 당국자 “미사일 시험 발사 징후 없지만 가능성 배제 못해”
“북한, 미국의 감시 사실 잘 알고 있어 기만 전술” 주장도
CNN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아직 장거리 미사일 기술 개량 못했다고 판단”


북한 평양 인근의 산음동 미사일 시설의 모습. AP뉴시스


북한 평양 인근의 산음동 미사일 시설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나 미사일 엔진 시험의 초기 준비 신호일 수 있는 차량 활동이 최근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CNN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근 며칠 동안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차량들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CNN은 그러나 이 차량들이 미사일 연료 주입에 연관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당국자들도 북한이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나 미사일 엔진 시험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고위 당국자는 CNN에 “이런 활동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전에 우리가 봐 왔던 것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들은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시험발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 동안 산음동 시설에서 차량 활동은 간헐적으로 포착됐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은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면서도 북한은 미국이 산음동 시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차량 활동이 미국 정보당국을 호도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는 “특이한 차량 활동은 해석하기 힘들다”면서 “지도자의 공장이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우주 발사체 건설의 처음이나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서해 (위성발사장)나 다른 시설처럼 이곳에서도 차량 활동의 증가가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상업 위성사진에 포착된 푸른색의 대형 선박 컨테이너도 예사롭지 않다. 산음동 시설에 나타난 이 컨테이너는 규칙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CNN은 전해졌다. 컨테이너의 내용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9일 처음 발견됐다가 나흘 후 사라졌다. 16일 다시 나타났다가 19일 다시 없어졌다는 것이다.

CNN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며칠 후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에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산음동 시설을 면밀히 감시 중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24일 “북한은 명백히 핵탄두를 운반할 능력을 갖춘 장거리 탄도 미사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아직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개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