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러는데…” 젠더갈등 부추기려 게시물 조작한 남성

입력 2020-01-25 09:27
게티이미지뱅크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대거 올라왔던 여성비하 관련 게시물은 조작 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여론을 조작하려다 꼬리를 밟혔다.

남초 커뮤니티인 A사이트에 이달 초 젠더 갈등을 소재로 한 글이 대거 올라왔다. 이 회원은 주로 ‘유머 게시판’을 이용했는데 한국 여성이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한국 남성을 비하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남성인 척 남초 커뮤니티에 잠입해 교묘하게 페미니즘을 설파하며 여론을 몰아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원의 글 9건 중 7건은 ‘베스트 게시판’에 게시됐다. 추천수는 평균 수백건이었고, 가장 높은 조회수는 6만여 건이었다.

지난 16일 게시자의 실체가 드러났다. 해당 커뮤니티 관리자는 이 회원이 계정 여러 개를 동원해 추천수를 조작한 사실을 파악했다. 다중계정 사용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접속을 차단했고 그가 쓴 글 모두 삭제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내용처럼 소개하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공공연하게 떠도는 이야기인 냥 조작해 자신의 주장을 올린 것이다.

해당 커뮤니티는 젠더 갈등을 조장했다가 여러 번 도마에 올랐었다. 2018년 12월 여성들이 군 복무 중 사고로 다리를 잃은 장병을 비하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조작된 것으로 판단돼 삭제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이 커뮤니티 회원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여성비하 글에 추천수를 몰아주자”는 모의를 했다가 발각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 이면에는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해 여성을 비난받게 하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시대의 흐름이 된 페미니즘 앞에서 위기감을 느낀 일부 남성이 젠더 갈등을 일으키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등 왜곡된 방법으로 남성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각 커뮤니티에 혐오 조장 게시물을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방안을 도입해야한다”며 “특히 허위사실이 담긴 경우 더욱 강력히 제재해야 커뮤니티 자체의 신뢰성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