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중국 전 지역을 ‘신종 코로나 오염지역’으로 판단하고 우한 직항 입국자뿐 아니라 중국 전체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한 검역 수위를 높인다. 의심환자 분류 기준도 강화해 초기부터 격리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염 지역을 (우한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집중)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한에서 출발해 우리나라로 직접 들어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집중검역 하던 걸 중국 전 지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까지 넓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우한에서 들어오는 항공편 승객뿐 아니라 중국에서 출발한 모든 항공편의 승객은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 입국장 검역 시 제출해야 한다. 또 그동안 우한을 다녀온 지 14일 안에 발열과 호흡기증상을 보인 사람을 의심환자로 봤다면 앞으로는 중국 어디를 다녀오든지 14일 안에 발열과 호흡기증상을 보이면 의심환자로 분류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이런 조치는 우한과 우리나라 간 직항비행기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 또는 의심환자가 중국 전 지역으로 분산돼 입국할 위험이 있고, 국내 두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우한 직항이 아닌 우한을 출발해 상하이를 경유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두 번째 확진환자로 판명된 한국인 남성 A(55)씨는 작년 4월부터 우한에서 근무했고 지난 10일 목감기 증상을 처음 느꼈다. 이후 몸살 등의 증상이 심해져 19일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나 당시 체온은 정상이었다.
A씨는 지난 22일 우한을 떠나 상하이에서 상하이항공 FM823편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들어왔고 입국 당시 검역과정에서 발열감시카메라를 통해 발열 증상이 확인됐다. A씨의 체온은 37.8도였고 인후통이 있었지만, 기침과 같은 호흡기증상은 없어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돼 관할 보건소로 통보됐다.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해 자택으로 이동한 A씨는 이후 자택에만 머물렀다고 했다. 그러다 23일 인후통이 심해져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았다. 보건소에서 실시한 흉부X선 검사에서 기관지염 소견이 확인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고 A씨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날 오전 양성으로 확인됐다.
A씨는 우한에 머무는 중 화난 해산물시장을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같이 근무하던 현지 중국인 직원이 감기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이를 근거로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현재 국가지정격리병상(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여전히 인후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항이나 지역사회에서 격리돼 감염 여부 검사를 받는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되려면 우한을 다녀온 후 14일 안에 발열과 호흡기증상을 모두 보여야 한다. A씨는 발열증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기침과 같은 호흡기증상은 보이지 않아 공항에서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아닌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돼 지역사회에 복귀했다.
질본은 빠르면 25일 이 기준을 좀 더 강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사례정의를 바꾸면 많은 지침과 방침이 모두 바뀌는 것이어서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사례정의 개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씨와 접촉한 69명에 대해서도 증상 유무 등을 조사한다. 조사 대상은 A씨와 비행기에서 가까이 앉았던 승객이나 같은 비행기를 탄 승무원 등 56명, 공항 내 직원 4명, 자택 이동 시 A씨가 탔던 택시 운전사 1명, 아파트 엘리베이터 동승자 1명, 보건소 직원 5명, 가족 2명이다. 질본은 특히 A씨와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가족을 특별 관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일 첫 확진환자로 판정된 중국인 여성의 경우 최근 촬영한 흉부 고해상 CT에서 약간의 폐렴 소견이 보여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확진 이후 계속해서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