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행세하며 일면식 없는 여성들에게 돈을 빌린 뒤 잠적한 남성이 체포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모(39)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지하철 등지에서 돈을 꾸고 달아났다. “미국 뉴욕에서 온 교포인데 여행하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말로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신뢰를 샀고, 계좌번호를 받아 적으며 돈을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다. 피해 금액은 15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1명당 평균 10여 만원을 빌려줬다.
김씨는 주로 20대 여성을 범행 타깃으로 삼았는데, 경찰은 주로 사회초년생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들을 속이려 교포 흉내를 내며 일부러 어눌하게 말했다. 이런 사연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피해 여성이 그에게 받은 이메일 주소가 모두 같아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그를 붙잡았다. 조사결과 그는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었다.
김씨는 2018년 5월에도 같은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적 있다. 지난해 1월에 출소했는데 먹고 살길이 막막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같은 수법이 여전히 통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능적으로 추적을 따돌리는 행태도 보였다. 충전식 교통카드 12개를 돌려가며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범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