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사’ 차장검사들 전례 없는 지청장행…‘조국 수사팀’ 와해됐다

입력 2020-01-23 15:4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차장검사들이 모두 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무혐의 의견에 항의했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선임연구관은 고검으로 좌천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남아있게 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던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대검 중간간부들도 대부분 교체됐다.

법무부는 23일 신봉수(50·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평택지청장으로, 송경호(50·29기) 3차장검사를 여주지청장으로 발령하는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 및 평검사 인사를 다음 달 3일자로 단행했다. 신 차장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청와대의 2018년 지방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송 차장검사는 지난해 8월부터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등 사건을 수사해 왔다. 서울중앙지검의 인지부서 차장검사가 차치지청(차장검사가 있는 지청)도 아닌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는 지청)의 지청장으로 발령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신자용(48·28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부산동부지청장, 한석리(51·28기) 4차장검사는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한 홍승욱(47·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 자리로 가게 됐다. 검찰은 그간 진행된 정권 수사에 대한 보복의 의미라고 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주요 지청장이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영전하던 것과 정반대가 된 모습”이라며 “그간 이런 인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수사팀과 지휘부는 와해됐다.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며 공개 항의했던 양석조(47·29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직접수사를 하지 않는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태’라 비난한 만큼 그의 좌천은 예고돼 있었다. 조 전 장관을 기소한 고형곤(50·31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옮기게 됐다. 서울에서 대구행 자체가 좌천이며, 향후 조 전 장관 일가 공판 등 공소유지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 대검의 중간간부급 참모진을 유임시켜 달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수행하는 김유철(51‧29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원주지청장으로 나가게 됐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은 인사안을 통보받는 데 그쳤다”며 “법무부와의 협의는 실질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현안 사건 수사와 공판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칼을 줬다가 빼앗았다” “검찰총장의 권위가 흔들리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는 여론 비판을 의식한듯 보도자료에 “비정상을 정상화했다”는 말을 미리 담았다.

허경구 구자창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