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최초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대중교통과 항공편, 열차 운행을 한시 중단하는 등 사실상 ‘우한 봉쇄령’를 내렸다.
중국에서는 벌써 우한 폐렴 감염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고, 러시아와 남미에서도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지휘부는 23일 새벽 긴급 성명을 내고 오전 10시(현지시간)를 기해 우한 시내 대중교통과 지하철, 페리, 그리고 장거리 버스 노선들이 임시로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공편 및 외부로 나가는 열차 운행도 중단될 것”이라며 교통편 재개는 추후 공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 지휘부는 “도시 내 거주자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이는 도시를 벗어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봉쇄령이 내려지자 한커우 역은 열차가 끊기기 전에 도시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을 통해 우한 같은 성도급 도시가 폐쇄된 것은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우한은 주변 9개 성과 연결된 화중 지역의 교통 요충지로, 이번 봉쇄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우한시 전체가 이미 전시상태에 돌입했다”면서 “우한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체온을 측정해 37.3도가 넘으면 관련 규정에 따라 관찰이나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한 인구는 1000만 명이 넘고, 춘제 전후 3000만 명이 우한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면서 “이런 대규모 이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우한시의 봉쇄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2003년 37개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3일 오후 600명을 넘어섰고, 의심환자도 390여 명에 달했다. 사망자는 17명으로 전날과 같았다.
감염자는 중국 본토 뿐아니라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존 확진자가 나온 한국 태국 일본 미국에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 의심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우한시에 대해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를, 우한을 제외한 후베이성 전역에는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를 각각 발령했다.
외교부는 “우한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하고, 현지 여행 필요성도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여행경보는 1, 2단계와 3단계(철수권고), 4단계(여행금지)로 나눠져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주 4회(월·수·금·일) 운항 중인 인천~우한 항공편을 오는 31일까지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해당 항공편 예약 승객에게 운휴를 안내하고 2월 이후 우한 노선 운항은 중국 당국의 조치와 연계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