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최근 닛산자동차가 수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발언의 구체적인 맥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닛산은 실제로 곤 전 회장을 축출한 이후 실적 악화로 전 세계에서 1만명 이상 감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르노 측은 곤 전 회장의 도주 이후에도 닛산과의 협력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 곤 전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고하라 노부오 변호사는 22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곤 전 회장이 닛산은 아마 2~3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내게 말해줬다”고 밝혔다. 고하라 변호사는 곤 전 회장 체포 사건을 다룬 책을 출판하기 위해 지난해 말 다섯 차례 그를 면담하던 중 이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면담은 지난달 곤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하기 이틀 전 이뤄졌다.
곤 전 회장이 닛산의 경영난을 예상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고하라 변호사는 설명했다. 닛산은 곤 전 회장 축출 이후인 지난해 미국과 중국, 유럽 등지에서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닛산은 전 세계에서 직원 1만25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곤 전 회장을 매개로 삼아 유지돼온 르노, 닛산, 미쓰비시 3사 간 협력 관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사 출신인 고하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검찰에게 잘못이 있다”며 일본 검찰의 조사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곤 전 회장 체포를 두고 ‘인질 사법’이라고 비판하는 등 일본 사법제도에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는 “닛산과 검사들이 곤 전 회장에게 범죄 혐의를 씌우기 위해 공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곤 전 회장의 도주 사건이 3개 회사 간 협력 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나르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중 CNBC와 인터뷰를 갖고 “닛산과의 관계는 아주 긍정적”이라며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개선하는 중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긍정적인 소식만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곤 전 회장 도주 사건과 관련해서는 “놀라기는 했지만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일 뿐”이라며 “3사 간 연합의 미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