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수색 진전 없다, 안타깝고 속 타지만 한계”

입력 2020-01-23 14:06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 현장 수색 뒤 복귀한 엄홍길 대장. 연합뉴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수색에 진전이 없어 가슴이 매우 아프다”며 “너무 안타깝고 속이 타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엄 대장은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네팔 눈사태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 상황을 전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은 지난 17일 오전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산장에서 하산하던 중 네팔인 가이드 3명(다른 그룹 소속 1명 포함)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는 이날 수색 현장에서 KT 드론수색팀 등과 함께 금속탐지 장비까지 동원해 매몰 추정지점을 수색했다. 또 엄 대장과 구조팀은 기존 추정 지점 4곳 외에 금속탐지 장비 감지 지점 2곳, 드론 열 감지 지점 1곳 등 3곳을 추가로 확보했다.

엄홍길 대장과 구조팀 관계자들이 실종자 매몰 추정 지점의 눈을 파낸 뒤 금속탐지장비를 이용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 대장은 구조팀과 함께 여러 지점에 평균 2m 깊이 정도로 눈을 파고 얼음을 들어 올렸지만 실종자의 흔적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 대장은 “오늘은 드론 외에 실종자의 몸에 금속이 있으면 그 신호를 잡는 기계까지 동원하고 구조견도 투입하는 등 해볼 것은 다 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속탐지 장비의 성능이 생각했던 것만큼 뛰어나지 않은 것 같다”며 “수시로 마구 삑삑 소리를 내고 작동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눈만 쏟아진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높은 암벽 지대에 쌓였던 엄청난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떨어지고 조각나면서 수많은 파편 조각들이 함께 쌓였다”며 “성인 허리에서 가슴 정도 깊이의 구멍을 파는데 40분이 넘게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사고 현장 위쪽에서 산발적으로 계속 눈사태가 발생하는 데다 언제 얼마나 큰 눈사태가 쏟아질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수색한다는 게 심적으로 부담되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고 밝혔다.

엄홍길 대장의 드론이 찍은 안나푸르나 눈사태 사고 현장 영상 캡처. 빨간 색이 애초에 길이 있던 자리이며 그 위 초록색 화살표 방향으로 눈사태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의 실종자 수색 작업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사고 현장에 두껍게 쌓인 눈과 얼음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로 물을 이용한 수색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번 눈사태로 인해 초입 부분은 3∼5m, 하단은 7∼10m가량 깊이의 눈과 얼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6m짜리 탐침봉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눈과 얼음이 자연적으로 녹을 시점에 대해서는 “봄이 와도 녹기 어려울 듯하다”며 “여름철 우기에 비를 맞아야 녹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외교부 신속대응팀에 따르면 22일 사고 현장의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