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 남편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경북 영주에서는 명절이 되면 시아버지는 음식을 차리고 아들은 설거지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지방과는 달리 영주로 시집온 며느리들은 이제 명절 스트레스가 없다.
경북 영주시가 설 명절을 맞아 지난 22일 시민과 함께 일·가정양립 인식개선을 위한 이색적인 행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날 캠페인은 영주시 인구정책TF팀, 인구문제 공동대응 업무협약 기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설맞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와 함께 실시됐다.
캠페인은 명절준비를 위해 대목장을 보러 온 시민 1300여명을 대상으로 고정된 성 역할의 구분 없이 귀성길 운전, 장 보기,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 등 명절 가사노동을 함께 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평등한 명절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영주시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전하는 말을 빌려 “며늘아~ 이번 명절에는 걱정말고 오너라! 나는 명절음식을 차릴테니, 아들아 너는 설거지를 하거라”라는 재치 있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캠페인은 명절에 대한 며느리들의 고충과 과거와 달라진 남성들의 적극적인 가사참여 의지를 보여줘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이를 지켜본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19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명절 음식준비·운전·집안 일 등을 나눠서 한 것’, ‘명절 방문 순서를 평등하게 한 것’, ‘양가 부모님 용돈을 동일하게 드리고 아이들 세뱃돈도 아들·딸 구별 없이 준 것’ 등이 성 평등한 명절의 우수사례로 꼽혔다.
안동국 영주시 기획예산실장은 “일·가정양립을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가사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며 “명절증후군 없는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명절 가사노동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실장은 “이번 캠페인은 시민 모두의 인식이 개선될 때까지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주시는 일·가정양립을 위해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직장어린이집 운영, 남성의 육아휴직 장려, 연가사용권장제 도입, 특별휴가(육아시간, 모성보호시간, 자녀돌봄휴가) 사용 적극 권장, 유연근무제 실시 활성화 등을 통해 영주시청 공무원이 솔선수범해 민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