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 대표와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가 지금까지 시행된 도서정가제에 대한 평가와 2020년 새로운 도서정가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회청원 20만, 도서정가제에 대한 쟁점을 론하다’ 토론회가 22일 열렸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동의수 20만명을 넘겼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이면서 찬성과 반대를 대표하는 이들이 마련한 자리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 도입됐다. 과도한 책값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도서정가제는 당초 온라인서점에 한정됐으나 2014년 11월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도서를 정가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도서정가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3년마다 재검토 시한을 갖는데, 올해 진행된다.
도서정가제 폐지 운동을 이끄는 배 대표는 “상품 중 유일하게 도서에만 정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문화를 지킨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대형 출판사들만 이득을 취하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배 대표는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는 ‘재판매 가격 유지 제도’라고 했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가격 결정을 제한해 헌법상에 표기된 계약자유의 원칙을 위반하는 제도라는 의미다. 그는 “현행 도서정가제와 완전도서정가제의 도입은 과도한 규제를 만들어 신진 작가 및 출판사 등의 시장 진출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서정가제는 독점가격제라 기본적으로 가격이 가지는 역동성을 제한해서 수요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수요가 보장된 기성작가와 달리 신인작가의 경우 오히려 개정 도서정가제 탓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게 됐다”며 “구간서적 할인이 금지되고 출판사의 위험회피 성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책이 판매되지 못한 상태로 구간이 되면 싸게 팔아서라도 원금을 회수해야 다음 기회가 있다. 현재는 구간을 ‘땡처리’도 못하게 되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성작가 작품을 위주로 출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출판사의, 출판사에 의한, 출판사를 위한 정책이다. 결코 지식과 책의 유통생태계를 위한 법제도는 아니다”라며 “새로운 플랫폼으로 저작권자나 출판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지역서점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2020년 도서정가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상품은 완전자유경쟁시장 하에서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균형가격인 완전시장가격으로 수렴된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일물일가 원칙에 따라 완전 도서정가제를 해서 전국 균일가로 만들어야 된다고 한다”며 “하지만 도서정가제는 독점가격입니다. 완전경쟁시장가격을 설명하는 일물일가의 원칙과는 반대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도서구매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다수가 책을 ‘소비상품(10.8%)’이 아닌 ‘지식문화상품(79.9%)’로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일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가 필요하다(58.7%)’는 의견은 ‘불필요하다(20.5%)’는 의견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백 대표는 “온·오프라인 시장의 균형 발전을 통한 출판 생태계 다양성 증진을 위해 ‘할인율 제한 제도’에 그치고 있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더욱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며 “전자책 등의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경우 생산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서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도서정가제는 크고 작은 출판사와 다양한 서점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독자의 책 구매 접근성과 선택지를 늘리는 데 기여하는 제도”라며 “이제 막 확장하는 전자책 시장 등은 ‘선택형’으로 유지하고, 물리적 특수성이 있는 종이책 시장은 더욱 엄격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해 눈속임 할인율이 아닌 독자의 구매 편의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값이 올랐다는 일부 의견은 동의하나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1975년 대비 2018년의 임금 및 물가 수준은 1인당 월평균 임금이 61배, 종이신문 1개월 구독료가 25배가량 오른 데 비해 도서의 평균가는 13배 오르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