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판사 대부분 날 지지해”… 현직 판사 “누가?”

입력 2020-01-23 05:48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0호 인재로 영입해 4·15 총선 출마를 앞두고 있는 판사 출신 이탄희(41·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가 “판사들 사이에서 나를 지지하는 쪽이 더 많다”고 주장하자 현직 판사가 “왜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연진 인천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판사 출신 정치인의 최근 언행을 보고’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판사 시절 무엇을 했음을 정치 입문 후에 주요 자산으로 삼거나, 법원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음에 연연하는 것은 법복을 벗은 후에도 여전히 법복을 들고 다니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보인다”며 “이런 모습은 법원과 법관의 중립성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과 실시간으로 연락하고 내부 게시판 사정을 전해주는 판사가 있구나, 어제까지 재판하던 판사가 다음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정치를 시작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의혹과 우려에 답할 말이 없어진다”며 “법원 내 어디에 판사들이 지지한다는 글을 썼다는 것이냐, 왜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논의하기 위해 2017년 6월 처음 개최된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준비모임에 자신이 인천지법 대표로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이 변호사가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했다는 언론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회의에 관계하거나 참여한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법관 재직 시 주요 이력으로 표방되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다. 사법개혁 임무를 맡을 적임자라고 정치 입문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양 부풀려진 외관이 참담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계속 법복을 들고 있어서 생기는 혼란은 재판에 너무 큰 부담과 해악으로 돌아온다”며 “정치인은 법복을 손에서 내려놓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게 (법원의 낡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있는게 옳은 건지 묻고 싶다”며 “법원 내 비판이 많다는 말이 나오는데, 오히려 지지해주는 판사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를 영입하며 민주당은 “사법 개혁을 책임질 법관 출신 인사”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법복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같이 말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입당 결심을 굳힌 계기를 두고 “1년 내내 국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외쳤는데 정작 나는 가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이 비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사법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폭로에 앞장 선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법원 내에서 나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온다는 취지의 기사를 봤는데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여러 판사가 실명으로 글을 썼는데 대부분 지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2017년 2월 사표를 냈던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이었다. 옆방 판사들이 와서 ‘형 구속될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며 “내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걱정을 했겠나. 그 부분은 확실히 지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또 “사표를 내고 젊은 판사들과 함께 저항했던 이유는 판사로서 윗사람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재판을 투명하게 하고 국민이 사법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지금은 이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법원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내게 기회가 왔다면, 만약 내 입장이라면 정말 피하기만 할 수 있는가. 그걸 한 번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