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기적…370g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소망이’ 퇴원했어요

입력 2020-01-22 15:40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22일 오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소망이의 퇴원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370g의 몸무게로 태어났던 소망이는 이날 3.5㎏의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에 안겼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소망이가 받은 사랑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370g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소망이’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에서 설 명절을 사흘 앞둔 22일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소망이는 지난해 7월 27일 엄마 뱃속에서 갑작스럽게 움직이지 않아 강원도 태백시에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의료진은 아기와 산모 모두 위험한 상태로 판단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소망이는 임신 24주 3일 만에 키 25cm, 몸무게 370g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미숙아는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호흡기와 심혈관 기관, 소화기관, 면역 등이 약해 각종 합병증에 취약하다. 소망이 역시 출생 직후 측정한 중증도 점수가 3점(만점 10점)에 불과할 만큼 생명이 위태로워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중증치료를 받아왔다.

소망이는 출생 후 일주일 만에 발생한 기흉으로 가슴관을 삽입하고 호흡곤란 증후군, 폐동맥 고혈압 등에 의해 2개월 이상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패혈성 쇼크와 부신기능 저하로 인해 강심제와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퇴원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탈장이 생겨 전신마취 수술을 받기도 하는 등 어려운 고비를 수차례 넘겨왔다.

소망이는 다른 미숙아와 비교해도 너무나 작아 주삿바늘 조차도 삽입이 어렵고, 몇 방울의 약물로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사액을 소수점 2자리까지 정교하게 맞춰야 했다. 언제 쇼크에 빠질지 몰라 의료진 3~4명이 24시간 옆에 머물며 소망이를 돌봐왔다.

소망이는 국내에서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가 생존해 퇴원한 아기 중 몸무게가 3번째로 적다. 의료계에선 400g 미만의 아기가 생존하는 일 자체가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진다. 현재 소망이를 포함해 4명의 아기가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이병국 교수는 “생존 가능성이 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했던 소망이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던 것은 치료에 매진한 의료진의 역할도 있었지만, 소망이 부모님이 어려운 상황들을 함께 이겨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재 소망이 체중은 3.5kg으로 태어났을 때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스스로 호흡을 잘하고 엄마를 보며 웃으면서 분유도 먹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 소망이 엄마 김성혜씨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잘 퇴원해서 집에 간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의료진분들의 정성과 보살핌 덕분에 소망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