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영상 요구는 시작이었습니다” N번방 피해자의 눈물

입력 2020-01-22 14:5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한 성 착취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성범죄인 일명 ‘N번방 사건’의 피해자가 해외 공조 등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잡히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이미 15만명이 동의 서명을 남겼다.

한 네티즌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경험한 일을 공유했다. 그가 겪은 일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출 사진을 익명으로 공유하는 이른바 ‘일탈계’ 계정을 운영 중이었던 그는 “신고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뒤 다른 누군가로부터 “나도 협박을 받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상대는 그의 신상을 캐서 공격하려는 이였다. 학교와 부모 전화번호 등을 알게 된 뒤 돌변했다. 그는 상대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했다. 자위하는 영상을 시작으로, 신체에 바늘을 꽂는 등의 가학적인 행위까지 해야 했다. 거부하면 학교와 부모에게 연락하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자신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고 사건은 일단락된 줄로 알았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는 N번방 사건과 자신이 당했던 일이 유사하다는 일에 그는 크게 절망했다. 그는 “제 영상이 거기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 끼치고 죽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그도 공유한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 청원에는 22일 오후 현재 15만1500여명이 동의 서명을 남겼다. 동의 서명자가 20만명
을 넘기면 청와대는 관련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N번방 사건은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입수하고, 텔레그램으로 성 착취물을 얻어 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수법을 통칭한다. N번방 운영자는 문화상품권이나 현금 등 이윤을 챙기고, 수많은 이들에게 관련 영상 링크를 공유한다. 합성 등을 방법으로 음란한 사진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청원인은 “N번방은 시초일뿐, 유사 N번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이 사건의 피해자에는 아동 혹은 청소년인 미성년자 또한 포함되어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신상 정보가 알려질 두려움과 우려에 신고를 하지 못하고, 사진과 영상물은 빠르게 전파되어 피해자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고 우려했다.

텔레그램의 서버가 국외에 있고 보안이 강력하다는 점 등 때문에 국내에서 추적이나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원인은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한국과 독일 간 국제 공조 수사를 해야한다”며 국내 최대 음란물 공유 사이트인 '소라넷'과 음란물 사이트 ‘다크웹’ 폐쇄도 공조 수사의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