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2% ‘턱걸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입력 2020-01-22 08:31 수정 2020-01-22 14:56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2일 ‘201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고 지난해 GDP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전기대비 1.2% 성장하면서 지난해 1분기(-0.4%)와 3분기(0.4%)의 부진을 일정 부분 만회했다.

‘성장률 쇼크’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지난해는 내내 대외 불확실성과의 전쟁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교역망이 악화했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주요 수출 상대국인 두 강대국 간의 마찰로 경제 활로를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조건없는 유럽연합 탈퇴)나 일본 수출규제,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여러 악재가 겹쳤다. 한은은 내수 침체를 인정하면서도 나빠진 대외 교역 조건을 더 염두에 뒀었다.

수출과 수입, 내수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은 연간 1.5% 성장해 2015년(0.2%)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수입은 오히려 -0.6% 역성장했다. 제조업은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건설업은 -3.2%로 2018년(-4.0%)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서비스업은 2.6% 증가하며 성장세가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설비·건설 투자가 2년 연속 큰 폭으로 꺾인 점은 더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건설투자(-3.3%)는 2018년(-4.3%)에 이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설비투자(-8.1%)는 되레 2018년(-2.4%)보다 침체의 골이 깊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8.1%)과 동일한 값이다.

지난해 정부 소비는 6.5% 증가했다. 직전 최고 증가세를 보였던 때는 2009년(6.7%)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큼이나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지출을 늘렸다는 뜻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로 침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 -0.4%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7.0%) 이후 최저였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