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성이 자금성이 벤츠를 몰고 들어가 기념 사진을 찍은 ‘자금성 벤츠 여자’ 사건과 관련, 고궁박물원 측이 자금성 내부가 임시 주차장으로 이용됐다고 밝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밤늦게 사과문을 올린 것을 두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벤츠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궁박물원 왕쉬둥(王旭東) 원장은 21일 자정쯤 박물원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젊은 여성 2명이 자금성에서 벤츠와 함께 사진을 찍은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올려 당시 임시 주차장을 운영했었다고 해명했다.
왕 원장은 사건 경위에 대해 “13일 고궁박물원이 허가한 휴관일 행사에 200여 명이 참가했다”면서 “원래 지정된 주차장에 차량이 꽉 차 박물원 관련 부서가 주차 위치를 임시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원래 정해져 있던 주차장을 우먼(午門) 내부 진수이허(金水河) 남쪽 임시 주차장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이 구역의 바닥은 수년간 계속 새롭게 바꾼 현대적 자재들”이라며 “여러 해동안 휴관 시간대 차량 통로와 휴관일 행사의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왕 원장은 “지도적 책임자인 고궁박물원 부원장과 보안처 처장을 정직시키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렇게 큰 사건은 일개 보안처나 부원장 선에서 처리했을 리 없다”며 “이런 식으로 덮으려고 하면 사태는 더욱 커지고 민중의 분노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휴관일인 월요일에 어떻게 자금성에 들어갈 수 있는 지 신청하는 방법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왕 원장의 주장이 2015년 산지샹 고궁학원 원장이 자금성 내 차량 주차를 금지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웨이보 아이디가 ‘루샤오바오(露小寶) LL’인 젊은 여성은 최근 자금성 타이허먼(太和門) 앞 광장에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세워두고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웨이보에 올려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이 여성은 중국 혁명 원로 가문의 3세를 일컫는 ‘훙싼다이(紅三代)’의 아내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더욱 커졌다.
네티즌들은 2014년과 2017년 각각 방중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원수들도 자금성에서는 걸어서 이동하는데 ‘훙싼다이’가 권력을 이용해 벤츠를 몰고 들어갔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루샤오바오는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으로도 활동해왔으며, 한 동영상에서 각각 580만 위안(약 9억8000만원)과 1천만 위안(약 17억원의 명품 손목시계를 자랑해 빈축을 샀다.
그녀는 또 벤츠와 롤스로이스 등 고가 차량이 주차된 개인주택 주차장을 보여주거나, 3000만위안(50억 원)이 넘는 주택에서 자신이 지내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그녀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내 아이가 학교에서 누구를 때린 뒤 치료비로 5만 위안을 물어줘야 한다고 하면 나는 ‘20만 위안을 줄테니 주면서 세 번 더 때려라’라고 하겠다”며 “그렇게 대단한 엄마가 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파이팅”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