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임시주차장”…‘자금성 벤츠녀’ 논란 키운 中고궁박물원

입력 2020-01-21 18:17
차량 진입이 금지된 자금성에서 벤츠와 사진 찍은 여성들. 웨이보

중국 주요 문화유산인 자금성(紫禁城)을 관리하는 고궁박물원 측은 ‘자금성 벤츠녀’ 사진과 관련해 “자금성 내부가 임시 주차장으로 이용돼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금성 내부는 통상 차량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데다, 사진 속 여성이 중국 유력 가문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고궁박물원 왕쉬둥(王旭東) 원장은 21일 자정쯤 박물원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13일 고궁박물원이 허가한 휴관일 행사에 200여명이 참가했다”며 “원래 지정된 주차장에 차량이 꽉 차 박물원 관련 부서가 주차 위치를 임시로 변경했다”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보고·승인받은 내용을 엄격히 따르지 않고 원래 정해져있던 주차장을 우먼(午門) 내부 진수이허(金水河) 남쪽 임시 주차장으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구역은 여러 해 동안 휴관 시간대 차량 통로, 또는 휴관일 행사의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지도적 책임을 지고 있는 고궁박물원 부원장과 보안처 처장을 정직시키기로 결정했다”면서 “전면적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착실하게 정돈·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고궁 내 모든 차량 통로, 주차장에 대해 일일이 조사해 고궁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명의 젊은 여성 사진이 중국 내 온라인에 퍼지면서 불거졌다. 사진 속 두 여성은 자금성 타이허먼(太和門) 앞 광장에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세워둔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중국 네티즌은 “자금성에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분노했다.

특히 이 사진을 웨이보에 올린 여성이 중국 혁명 원로 가문의 3세를 일컫는 ‘훙싼다이(紅三代)’의 아내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을 키웠다. 명백한 특혜라는 것이다.

자금성은 차량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과 2017년 각각 방중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금성에서는 걸어서 이동했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왕 원장의 주장이 2015년 “자금성 내 차량 주차를 금지하겠다”고 한 산지샹(單霽翔) 고궁학원 원장의 발언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늦은 밤 사과문을 올린 것은 사건 축소를 노린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