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IMSC 파견되면 IMSC에서 지휘권 가져…이란과의 교전에 휘말릴 수도
지난달 부산에서 출발한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31진 왕건함(4400t급)은 21일 오후 5시30분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30진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했다. 왕건함은 정부 결정대로 호르무즈해협이 포함된 작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날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아라비아·오만만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원래 작전 지역인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예멘 아덴~오만 살랄라)의 1130㎞ 구역에서 이라크 주바이르항 인근까지 2.5배(2836㎞)가량 작전 지역이 늘어났다.
청해부대는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노력의 일환으로 2009년 4월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해온 부대다. 해상 안전 확보 임무를 주로 하면서 유사시 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이 대표적이다. 청해부대는 해상작전 링스 헬기 1대와 고속단정 3척을 탑재한 구축함 1척으로 구성되며, 4개월 보름 주기로 다음 진과 교대한다. 파견 비용은 연간 325억원이다. 국회는 파견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1년 연장하는 안을 지난달 10일 의결했다.
이번에 투입된 왕건함에는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 대원과 링스 헬기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이 탑승해 있다. 왕건함은 교민 보호 임무 등에 대비해 어뢰 등 대잠무기와 무인기(드론) 및 항공기 위협에 대비한 대공무기, 수중 위협에 대응해 음파탐지 센서 등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건함은 작전 지역 중간쯤에 위치한 오만 무스카트항에 주로 머무를 예정이다.
정부는 청해부대를 ‘독자 파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해부대의 작전은 왕건함 황종서 함장의 1차 판단으로 이뤄지지만, IMSC에 참여할 경우 그게 불가능하다. IMSC 본부의 작전 명령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왕건함은 기본적으로 파견 지역인 호르무즈해협이 있는 아라비아·오만만 일대를 순찰하되 필요시 한국 선박을 호송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첩보 내용을 바탕으로 위험 징후가 포착됐을 경우다.
정부는 청해부대가 한국 선박만을 호송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호송이 어려울 경우 IMSC 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청해부대도 미국 등 IMSC 소속 국가들이 자국 선박 호송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경우 응할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도 호르무즈해협에서 자국 선박만을 호송한다”면서도 “IMSC의 요청이 올 경우 능력과 제한사항 범주 내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MSC도 자국 선박 호송 등 청해부대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IMSC는 이란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직접 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청해부대가 임무에 나선 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민 보호에 투입된 경우는 모두 합쳐 7차례다.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이 가장 유명하다. 고속단정을 탄 해군 특전요원들이 해적에 납치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호에 올라타 해적 13명을 소탕하고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한 작전이다. 2011년 3월과 2014년 8월 리비아 재외국민 철수, 2015년 4월 예멘 재외국민 철수, 2018년 4월 가나 피랍선원 호송 작전도 청해부대가 수행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