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 전파’ 우한 폐렴, 국내 유입 가능성 고조

입력 2020-01-21 17:15 수정 2020-01-21 17:23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파를 공식 인정하고 의료진 역시 대거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 내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행 시기가 인구 이동이 많은 중국 ‘춘제’와 겹쳐 중국 여행객이 대거 입국할 경우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가 본격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21일 전화설명회를 열고 “사람 간 전파 가능성 부분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광둥성에서 보고된 2건의 감염 사례를 사람 간 전파로 진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질본은 사람 간 전파를 인정한 중국과 달리 아직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사람 간 전파 경로는 크게 접촉, 비말 감염(침·분비물을 통한 감염), 공기 중 감염으로 나뉜다.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결핵이 공기로 감염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질본은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을 결핵보다 낮은 수준으로 봤다. 질본 관계자는 “공기에 의한 감염이 가능하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전파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 내 대유행으로 번질지 앞으로 1~2주가 관건”이라며 “사람 간 감염이 확산되면 한국에 (신종 코로나가) 유입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처럼 일선 의료기관이 선별진료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는 시기다. 춘제를 맞아 10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우한 직항편 뿐 아니라 우한을 경유한 비행편까지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한과 한국의 직항비행기는 중국남방항공 4편, 대한항공 4편 등 주당 8편 있다. 질본은 이 직항비행기 승객에 대해선 입국장에 설치한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발열여부를 체크하고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도 확인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인이 하루 3만명에 달한다. 입국하는 모든 중국인의 발열 여부와 체온을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폐렴 증상이 있어도 해열제를 복용해 일시적으로 열을 내리면 검역대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우한을 경유한 중국인 중에선 증상이 나타나 의료기관에 간 사람만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는다.

전날 국내에서 처음 확진된 중국인 여행객과 동행한 5명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집중 관리를 받았지만 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아 3명은 일본, 2명은 중국으로 각각 출국했다.

질본은 확진자와 근거리에 앉았던 승객 29명과 승무원 5명, 공항관계자 10명 등 접촉자 44명 중 출국한 9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5명에 대해 능동감시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 접촉일로부터 14일 동안 증상 여부를 확인하는데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없는 걸로 전해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고 안정된 상태다.

질본은 이날 국내에서 폐렴 유증상자로 분류된 사람이 전날보다 3명 늘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격리상태에서 감염 여부 검사를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선포 여부를 결정한다. WHO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 2014년 폴리오와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9년 에볼라에 대해 PHEIC를 선포했다. 질본 관계자는 “WHO의 권고안이 나오면 현 대응책에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