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귀국 3일째인 21일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친정 격인 참여연대에 있으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지지자들을 ‘위선자’라고 비판한 인물이다. 보수통합에 선을 긋는 동시에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인 조 전 장관을 정조준함으로써 중도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1시간20분가량 비공개로 회동했다.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외부 인사와 만난 것은 김 전 위원장이 처음이다. 안 전 대표는 “제가 귀국하면 가장 먼저 뵙고 싶었던 분이다. 참 용기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사회가 공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어떤 점들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 있을 때 ‘조국 사태’가 일어나면서 평소보다 열 배 정도 연락을 더 받았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의 용기 있는 행동을 알게 됐다”며 만남의 계기가 조 전 장관에 있음을 강조했다.
회동은 안 전 대표가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제안이 있고 난 뒤) 수차례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하기 힘든 존경하는 분의 중재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해당 만남이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듯 21대 총선 출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 전 대표도 김 전 위원장 영입설에 대해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선언 뒤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귀국 후 첫 일성도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조국 사태 당시 진보세력 내부의 진영 논리를 비판한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도 탈진영 중도 노선을 강화하는 차원의 행보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이날도 보수통합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보수통합이야 말로 정부여당이 바라는 함정에 들어가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자유한국당을 막으려고 더불어민주당을 찍고, 민주당을 막으려고 한국당을 찍는 동안 정치인들의 밥그릇만 키워줬다. 이번에 돌아온 것도 정치인들이 아닌 국민의 밥그릇을 키우는 국회를 만드는 데 헌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