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파병은 미국은 물론 이란과의 관계까지 고려한 절충안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이 잇따르자 이 해협을 통제하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들에 파병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독자 파병 형식을 택해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한 셈이다. 정부는 이를 지렛대로 삼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북·미 비핵화 협상 등에서 미국 측에 보다 진전된 입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21일 청해부대 파견 지역의 한시적 확대 결정을 발표하면서 “청해부대는 우리 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파견 명분은 국민 안전과 원유 수급이다. 최근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동 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우리 국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해협 일대를 거쳐 들어온다. 정부 당국자는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연 900여회 통항하고 있다”며 “유사시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안전 문제이며, 원유 수급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될 대상”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아덴만 일대의 해적 위협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도 파견 지역이 확대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파견 지역 확대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요구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IMSC 참여를 요청한 이후 정부도 한때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북한 문제 등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달 초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이란군 실세) 제거 작전’으로 미·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입장이 약간 달라졌다.
정부가 IMSC 참여 대신 독자 파병 형식을 취한 것은 이란을 달래기 위해서다.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군을 파견하는 것이지 미국과 함께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도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파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주말 이란 측에 외교경로를 통해 이번 결정을 통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은 해당 지역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며 “그러면서도 이란 측은 한·이란 관계는 잘 관리해 나가도록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정보 공유 등을 위해 청해부대 연락장교 2명을 바레인에 있는 IMSC 본부에 파견키로 했다. 독자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필요한 경우 IMSC와 협력할 예정이다. IMSC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알바니아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