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때 지원자에게 범죄사실을 기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6개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에게 신입생 모집 시 지원자의 범죄사실을 기재하는 항목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25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7곳이 입학지원서에 형사처벌 이력 등을 적어내라 요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로스쿨들은 지원자들에게 처벌 내용과 사유, 소명 사항을 작성하라고 했다.
로스쿨 측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제시하는 응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사시험법은 금고 이상 실형의 집행을 마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지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은 등의 경우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로스쿨 측은 “지원자의 범죄사실은 변호사로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며 “처벌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합격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처벌 이력을 밝히라는 요구는 효력이 다한 전과를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원자의 범죄사실은 서류심사 및 면접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졸업 시 변호사시험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으니 로스쿨 입학 때부터 이를 논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입학 자격과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은 별개이며, 시험 자격에 대해서는 모집요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범죄사실 기재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기회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6개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장에게 해당 항목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2021년 신입생 모집부터 형사처벌 이력을 묻지 않기로 한 로스쿨 한 곳은 제외됐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