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잠정 결론… 2심도 실형?

입력 2020-01-21 15:56 수정 2020-01-21 17:16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항소심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예정됐던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심리 중인 항소심 재판부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참석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김 지사는 “킹크랩을 본 적 없고, 시연회 자체도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당초 이날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잠정적이긴 하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김동원씨로부터 킹크랩 시연을 보았다는 사실은 상당부분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김씨 사무실에 방문해 킹크랩 프로토타입(초기 버전)의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허익범 특별검사팀 측 주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특검과 김 지사 측은 그간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김 지사가 시연회 참석 후 킹크랩의 사용을 허락하거나 묵인했다면 김씨와 댓글조작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증인신문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이 구동되는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봤다”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사용에)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 측은 이에 대해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결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특검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시연회 참석 사실을) 상당 부분 증명했다”며 “김 지사가 믿기 어렵다는 김씨 진술을 제외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재판부는 향후 심리계획에 대해선 김 지사가 김씨 일당의 댓글조작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인지 여부를 살피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여했는지 여부는 더 이상 주된 심리대상이 아니다”며 “김 지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공범자의 범행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다. 반대로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더라도 이를 막지 않고 단순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죄가 안 된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행위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피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는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김씨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김 지사와 김씨 관계가 과연 ‘단순 지지자’와 정치인 관계에 불과했는지 등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3월 10일로 지정했다. 항소심 최종 선고는 21대 총선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